자신을 돌아보니 대화보다는 잔소리가, 경청보다는 지시가 많음을 깨달은 엄마라면 ‘진짜 대화’를 다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그 누구보다 자녀와의 대화를 원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은 엄마들을 위해 대화의 기본 원칙, 그리고 부모가 고민하는 대표적인 대화의 어려움을 짚어 보겠습니다.

최선의 대화 기술은 진심으로 듣는 것
어른은 아이와 대화할 때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물론 아이의 고민에 답을 주어야 할 때도 있지요. 하지만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어떻게 해야 말을 잘할지 고심하느라 아이의 말에 귀를 열 수가 없습니다. ‘진짜 대화’에서는 아이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도록 잘 들어 주는 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경청의 핵심은 ‘난 네 이야기를 잘 듣고 싶다’는 진심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5~10분만큼은 집안일 걱정을 잠시 덮어 두고 아이에게만 집중해야 합니다. 중간중간 “음, 그래서?”, “아하, 그랬구나!” 하는 말로 잘 듣고 있음을 표현해 주세요. 또한, 말에 못지않게 중요한 몸짓 언어, 즉 표정이나 행동으로도 경청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효과적입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이야기 흐름에 따라 적절한 표정을 보이면 아이가 좀 더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습니다.

 

급하더라도 잠깐! 감정을 읽은 후에 질문하기
아이와 이야기하다 보면 엄마는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특히 학교에서 친구나 선생님과 갈등이 있었다거나 억울한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에는 걱정이 앞서 “그래서 어떻게 했어?”라는 질문을 쏟아 내게 됩니다. 그러나 엄마의 질문이 많아질수록 아이는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 싶은 마음에 오히려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결국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없을뿐더러 속상하고 억울한 아이의 감정도 해결되지 못하고 마음 깊숙이 묻히고 맙니다. 아이가 속상하거나 화나는 일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일단 끝까지 듣고 그 감정을 읽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네가 지금 이렇게 얘기할 정도라니, 너 정말 화가 났나 보구나.”라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준 후,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대신 “그래서 너는 어떻게 했니?”, “근데 그 애는 너한테만 그러니?”라는 식으로 아이가 전후 상황을 다시 짚어 볼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의 감정도 편안하게 전하기
부모가 자신의 감정은 잘 표현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네 속마음을 다 털어놓아 봐.”라고 말하는 것은 반쪽짜리 대화가 되기 쉽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숨기고 표현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부모는 좀 더 편안하게 자기 감정을 전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는 ‘나-전달법’이 효과적입니다. “너 때문이야.”라는 메시지 대신 지금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아이를 비난하지 않으면서 감정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지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네가 (행동)때문에 (감정)이라고 느껴서, 나는 (구체적 영향)하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됩니다. 예컨대 “나는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정말 화가 난다.”라는 식으로 부모의 감정을 설명하면 벌컥 화를 내거나 침묵의 냉전을 치르는 일을 줄일 수 있답니다.  

 

학교생활에 대해 말하지 않아요.
“초등 3학년 남자아이입니다. 아이와 대화하고 싶은데 학교에 다녀와도 도통 말을 하지 않아요.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데도 말을 못 하는건 아닌가 싶어 답답하네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잘 이해하고 문제해결을 돕고자 하는 관심은 좋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의 초점을 학교에 맞추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아이에게 학교는 마냥 즐겁고 좋기만 한 곳이 아니라 여러 도전과 스트레스 상황이 생기는 장소입니다. 아이는 제 나름대로 그 상황을 풀어 가기도 하고, 때로 숨기려고도 합니다. 또, 아이 입장에서는 특별히 말할 만한 일이 없을 수도 있어요. 아이가 말을 꺼내지 않으면 오히려 주제를 다른 쪽으로 돌려서 일단 대화 자체를 늘려 보세요. 학교생활에 대해서는 편안하게 “뭐, 할 얘기가 없을 수도 있지.”, “그래, 엄마한테 다 말해야 하는 건 아니야.”라고 대응하면 좋습니다. 혹은, 질문 방향을 약간 바꿔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컨대 학교에서 뭘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오늘 체육시간에는 기분이 어땠어?”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기분이나 특정 시간을 주제로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지요.

 

걸핏 하면 남 탓을 하거나 욕을 해요.
“초등 4학년인데 얘기할 때 ‘.. 때문이야.’라고 다른 아이 탓을 하고 가끔 욕도 해요. 처음
에는 참고 타일렀지만 점차 그만 좀 하라며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되어 고민입니다.”

 

남 탓이 심한 이유부터 찾아야 합니다.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이에게 어떤 좌절이나 스트레스를 감당할 능력이 없을 때 그것을 견디는 방법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 수 있어요. 혹은, 아이가 전후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우, 억울한 감정 때문에 다른 사람을 탓하게 됩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아이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 초점을 둔 대화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엄마 아빠를 지치게 합니다. 아이가 남을 탓할 때는 “네가 짜증이 났나 보네.”, “뭔가 불편한 것 같다.”라는 식으로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읽어 주세요. 그 후 아이가 감정을 가라앉히면 원인에 따라 질문을 해 봅니다. 좌절을 견디기 어려운 데 원인이 있다면 “뭘 도와주면 좋을까?”라고 부드럽게 접근하여 아이가 답을 찾도록 이끌어 주세요. 상황 이해의 문제라면 전후 상황을 짚어볼 수 있도록 “너는 그때 뭘 하고 있었는데?”, “근데 ○○는 그때 뭘 했어?”라는 식으로 상황을 재정리해 볼 기회를 주세요. 아이가 욕을 했을 때는 부모가 벌컥 성을 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화난 건 알겠지만 욕은 안 돼.”라고 짧고 정확하게 얘기하세요. 부모의 격한 반응은 오히려 야단을 맞는 부정적인 관심이라도 주목받는 효과를 내므로 아이가 욕을 반복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아요.
“초등 2학년 아이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질문 하나 던지면 단답형 대답으로 끝나고 대화가 더 이어지지 않는데 어쩌죠?”

 

특이한 경우가 아닙니다. 초등 1~2학년은 가벼운 일상 대화가 맥락 없이 이어지거나, 부모의 질문에 짧은 대답만 던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는다고 걱정하면 오히려 대화 길이를 늘이는 데만 집중해서 알맹이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대화거리가 없다면 공통 관심사를 가져 보길 권합니다. 아이의 책을 함께 보고, TV 프로그램에 관해 이야기하고, 함께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부모의 질문에 아이가 단답형으로 답하는 경우에는 아이의 대답을 문제 삼기보다는 질문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네/아니오”로 답할 수밖에 없는 폐쇄형 질문이 아니라, “네 생각은 어때?”, “너는 어떻게 하면 좋겠어?”, “어떤 방법이 있을까?”라는 식의 개방형 질문이 다양한 생각과 대화를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