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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재팬’ 캠페인에도 살아남은 日 브랜드   2020년 12월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휘청한 ‘유니클로’가 코로나19에 주저앉았다. 유니클로의 모회사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의 최근 1년간 순이익이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것. 패스트리테일링이 10월 16일 공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19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은 전년 대비 44.4% 감소한 903억 엔(약 9832억원) 수준이다. 매출액은 직전 연도 대비 12.3% 줄어든 2조88억 엔(21조8732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현지 언론은 패스트리테일링이 연간 실적으로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감소한 것은 17년 만이라고 전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부진한 실적의 배경으로 코로나19를 꼽았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 매장에서 일시적으로 다수 매장이 문을 닫았고, 이 때문에 매출과 이익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니클로 사업의 경우 한국에서 매출이 급감하면서 영업손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한국을 포함한 유니클로 해외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7%, 6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리테일링이 국가별 실적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한국시장에서만 수백억원 적자를 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패스트리테일링의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일제 강점기 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에 반발하면서 불매 운동에 나선 상태다.

유니클로 ‘불매운동’ 타격은 높은 인지도 탓

지난 2005년 한국에 진출한 유니클로는 2015년부터 4년 연속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해 매출이 30%나 급감했다. 지난해 8월 기준 191개였던 매장 수는 현재 166개로 줄었다. 특히 올 8월에는 한 달 새 9개 매장을 폐점했다. 폐점 매장 중에는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3층 규모의 대형 매장인 서울 강남점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2007년 개장한 강남점은 한때 강남대로 상권의 상징이나 다름없었지만 폐점 직전에는 한 개 층을 줄인 채 근근이 운영돼 왔다.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지유(GU)는 지난 5월 오프라인 매장 3곳을 전면 철수했다. 2018년 9월 한국에 상륙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아예 손을 뗐다.

유니클로가 다른 일본 브랜드에 비해 타격이 큰 이유로는 높은 인지도 때문에 ‘불매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징성은 지난해 7월 유니클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오카자기 타케시가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내뱉은 이후 더욱 심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 고위 경영자의 실언이 일본 불매운동에 불을 지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업계에선 일본 기업임을 자체적으로 홍보한 효과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7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던 일본 패션 브랜드 데상트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2000년 한국에 직진출한 데상트는 1020세대를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특히 중·고교 남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전개되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데상트코리아 매출은 6156억원으로 전년(7270억원) 대비 15% 감소했다. 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7% 하락한 9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데상트코리아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에 걸쳐 전국 750여 개 매장에 120억원 규모의 지원을 한 바 있다.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으로 인한 매장 운영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올 3월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매장에 임대료와 인건비 등 30억원을 추가 지원했지만 어려움을 타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데상트는 지난 8월 어린이 고객(8~13세)을 대상으로 한 영애슬릿(young athlete) 매장을 전면 철수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 등에 입점한 총 47개 단독 매장 전체를 없애고, 일반 매장으로 통합했다.

데상트는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점을 고려해 2016년 8월 데상트 브랜드 내 키즈 카테고리로 영애슬릿을 론칭했다. 키즈 시장 확대 움직임으로 2018년부터는 단독 매장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데상트 영애슬릿 라인의 지난해 매출은 200억원대에 달했다. 영애슬릿 매장은 철수했지만 키즈라인이 들어간 매장 수는 지난해 252개에서 올해 258개로 오히려 늘었다. 업체 관계자는 “키즈라인을 아예 없앤 것이 아니라 일반 매장과 통합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부 점포가 추가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방이나 새로운 상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전체 매장 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니클로와 데상트가 ‘NO 재팬’ 운동의 여파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중에 또 다른 일본 대표 브랜드인 ABC마트는 선전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BC마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5459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늘었다. 영업이익은 376억원으로 전년(427억원)에 비해 11.9% 감소했다. 그럼에도 ABC마트는 일본계 지분이 50% 이상인 주요 소비재기업 가운데 실적을 공개한 7개사 중 유일하게 매출이 증가했다. ABC마트를 제외하고,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와 데상트코리아를 비롯해 한국미니스톱·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무인양품·롯데아사히주류 등 모두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ABC마트, 지난해 일본 본사에 로열티 81억원 지급
 


ABC마트코리아는 일본 ABC-MART가 99.96% 지분을 소유해 순수 일본계 기업에 가깝다. 국내에서 스니커즈·운동화를 취급하는 신발 유통업체 중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매장 수 역시 지난해(253개)에 비해 20여 곳이 더 늘어난 276개를 보유했다. ABC마트는 서울에서 매장을 4곳 줄였지만 경기도에는 14곳 늘렸다. 또 제주 4곳, 부산과 강원도에 각각 3곳을 새로 출점하며 전국 매장 수를 크게 늘렸다. ABC마트 관계자는 “경기도에 신흥 상권이 생기면서 신규 오픈 매장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ABC마트는 일본 본사에 ABC마트의 상표권 등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2010년 25억원대였던 로열티는 매년 늘어나 2018년 82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81억원을 지급했다.

고강도 일본 불매운동에도 ABC마트의 실적이 견조했던 배경에는 일본 브랜드라는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덜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품 불매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에도 ABC마트 매장은 내점객이 꾸준했다”며 “유니클로와 달리 ABC마트가 일본 기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ABC마트가 여러 글로벌 신발 브랜드를 모아놓은 일종의 편집숍이라는 점도 한 몫을 했다. ABC마트에서 판매하는 운동화 브랜드는 대부분 나이키·아디다스·뉴발란스 등 일본과는 관계가 없는 글로벌 브랜드다. 자체 브랜드를 판매하는 유니클로나 데상트와는 다르다.

일본 의류·생활잡화점 무인양품은 지난 6월 서울 강남대로에 위치한 강남점을 확장 이전 오픈했다. 844㎡(255평)이었던 기존 매장보다 2.5배 커진 2003㎡(605평) 규모다. 무인양품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8% 하락한 1243억원으로 줄고 영업이익은 193.4% 감소했다. 적자전환된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택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무인양품 측은 재오픈 당시 “매장 내 서울 성수동의 유명빵집 ‘밀도’를 입점시키고 각종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등 식료품에 특화함으로서 강남의 상징적인 매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픈 4개월이 넘은 지금 무인양품 강남점은 성업 중이다. 전체 매장 수는 전년보다 2곳 늘어난 40곳이다. 무인양품 측은 “2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다른 회사들에 비해 우리 브랜드는 애초에 적은 수의 매장을 운영해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일본 불매운동의 타격이 없진 않으나 진출 당시부터 오랜 사전조사 끝에 보수적으로 매장을 늘리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회사이긴 하지만 국내 지역과 연계해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전략으로 소비자의 돌아선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닫는 줄 알았지?” 대형 매장으로 우회 전략

한편 올해 20여개 매장이 문을 닫으며 사세가 기울어지는 듯 했던 유니클로는 대규모 매장 오픈으로 전략을 틀었다. 유니클로는 올해 들어 모두 4곳의 매장을 오픈했는데, 매장을 통폐합하는 방식 등으로 대규모 매장을 오픈하며 운영 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신규 오픈한 매장 4곳 중 부산 범일점을 제외한 3곳이 대형점으로 분류된다.

신규 대형점 매장의 규모는 약 400평 이상으로, 2007년부터 운영해 온 대표적인 대형 매장인 강남점(약 300평)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부산 삼정타워점(약 493평, 매장면적 1633㎡), 롯데몰 광명점(약 447평, 매장면적 1478㎡), 스타필드 안성점(약 491평, 매장면적 1624㎡) 등이다. 모두 대형 복합쇼핑몰에 입점해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서울시내 소규모 매장을 정리하고 지방에 대형 매장을 잇달아 출점하는 전략이다. 매장이 밀집된 서울을 떠나 신규 상권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효율적인 매장 운영을 위해 소비자의 니즈와 상권 변화 등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매장을 통폐합하거나 신규 출점하고 있다”며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점을 고려해 성인용은 물론 키즈·베이비 등의 라인업을 통합·운영해 쇼핑에 편의를 더했다”고 밝혔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 (한국판)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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