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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을 하시니 행복하신가요?” 대한항공 승무원에서 ‘라이프코치’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난 후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아마도 단정한 유니폼과 깔끔히 정돈된 머리, 그리고 세련된 메이크업을 하고 세계 곳곳을 내 집처럼 누리는 여성으로서 단연 최고의 직업이라 불리는 항공사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뒤로 하고 아주 생소한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한 의아함 때문일 것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하는 대답은 ‘행복’이라는 개념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우리는 행복을 마치 열심히 노력해서 한번 획득하면 계속해서 유지되는 ‘지속적’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행복한 사람 혹은 불행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기도 한다. 경쟁적이고 팍팍한 삶 속에서 행복이라고 스스로 정의한 무언가를 거머쥐면 마치 그 후론 계속해서 행복할 것 같아서 그 단어에 유난히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행복이란 지속되는 ‘상태’가 아닌 찰나의 순간에 느끼는 감격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 감격의 순간을 삶에서 자주 경험하는 사람은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 느끼고, 반대로 그 빈도가 적은 사람일수록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이라 생각하게 된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스스로 가장 좋은 길을 찾아 묵묵히 가는 사람들은 그러한 순간의 감격을 자주 경험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그 길은 험난하고 때론 가슴 시리게 외롭지만 감동적이며 가슴 뛰는 길이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고 이 삶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입사한 항공기 승무원의 삶은 돈과 명예를 가져다주는 듯했지만, 정작 행복의 순간을 자주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마치 남의 옷을 입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사내 자격 취득에 매진했고, 업무 대신 다른 즐거움들을 찾고자 했다. 결국은 건강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퇴사일을 미리 정하고 마음을 다잡는데 1년이나 걸렸다.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아 하루에 2~3시간씩 쪽잠을 자며 미래를 그렸다. 퇴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적은 노트가 몇 권 분량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막막한 길에 당장의 생계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퇴사를 했고 코칭을 공부했으며 그토록 바라던 코치가 되었다.
‘아타라가 무슨 뜻이에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이 생소한 단어는 히브리어로 ‘왕관’이라는 뜻이다. 새로운 꿈을 꾸고자 나간 새벽 기도회, 목사님의 설교 말씀 중에 하나님은 내게 ‘아타라’라는 이름을 선물하셨다. “너는 네 삶의 온전한 왕이 되어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동안 내 삶을 돌아보니 왕으로 살기는커녕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현실이라 불리는 무언가의 노예’로 살아왔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는 하나님 말씀처럼 나는 그저 내가 원하는 길을 가면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왕관을 찾아주는 일을 할 코치들과 나를 다시 발견하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모일 공간인 ‘아타라크리에이티브코칭센터’를 만들었다.
나는 현재 ‘아타라크리에이티브코칭센터’에서 라이프 코칭과 코칭 교육을 하고 있다. 고객과의 코칭 대화를 통해 고객의 아타라(왕관)를 찾아서 잃어버린, 그러나 사실은 원래 가지고 있던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하게 돕는다. 발견이 아닌 재발견이라고 이야기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애초에 우리는 원래 당당했고, 삶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당당하게 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주가 생성되고 소멸될 때까지 오직 단 한 사람인 나, 그런 고귀한 존재인 나는 원래부터 삶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니 주인공인 나를 다시 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를 재발견하는 ‘Refind’ 코칭 세션에서 코치는 고객에게 “당신은 당신 삶의 왕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때 선뜻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고객보다 오히려 ‘아이들 때문에’, ‘가족 때문에’, ‘사회의 시선 때문에’, 각각의 이유로 “저는 제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대답을 더 자주 듣게 된다. 행복을 위해서 선택한 타인의 삶. 그래서 행복했을까? 그렇지 않다. 행복은 나답게 살아야 찾아오는 것이고, 내가 행복하게 되면 오히려 그 행복의 에너지는 주변인들에게 더 빨리 전해진다. 행복한 부모 곁에 행복한 자녀가 있다. 자녀가 행복하길 원한다면 지금 당장 부모 스스로 온전한 왕이 되기를 선택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불리는 덴마크에서 지낼 때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느꼈던 부분은 덴마크인들은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해야 즐거운지 어렸을 때부터 고민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난 덴마크인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당신의 일은 어떤 부분이 재미있습니까?”이다. 덴마크뿐 아니라 스웨덴, 노르웨이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춥고 불편한 북유럽 국가의 행복지수가 몇 년에 걸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자신의 삶이 즐겁지 않다는 고객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은 자신의 직업이 향후의 삶에 얼마만큼의 명예를 가져다주는지, 한 달에 얼마를 벌게 될 것인지를 직업의 재미보다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가 자란 환경 속에서 자연스레 습득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삶에서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지금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요즘 나는 코치가 되고 싶어 전문 코치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교육생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한국의 젊은 코치들을 양성하고 함께 숨 쉬며 새로운 삶을 위한 변화와 성장을 돕는다. 코치 양성 교육에서 교육생들은 경청과 강력한 질문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운다. 코칭을 배우고 난 뒤 “가족들과의 관계가 좋아졌다”, “인간관계도 좋아졌다”, “세상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관점이 넓고 깊어졌다”고들 한다. 내가 코칭을 배우면서 느꼈던 것들을 그대로 배워가는 교육생들이 코치가 되는 길을 함께하는데 나는 이 길을 숙명이라 여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전보다 훨씬 자주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기쁘게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