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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공연

구분  문화/예술/공연
정간물명   월간에세이
게재월   2016년 02월
제목  제주 옛 돌집을 되살리다 - 너와 나의 집 / 신승열,


제주도.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이 섬에서의 삶은 1년여 간 아내와 함께 떠난 세계여행의 산물이다. 여행 중 발견한 삶터에 대한 성향과 우연히 맺은 인연이 우리 부부를 제주도로 이끌었다. 여행과 제주의 결합은 자연스레 우리만의 숙소를 만드는 꿈으로 연결되었다. 제주도만의 느낌이 충만한, 현무암을 켜켜이 쌓아 지은 시골 돌집을 구해 고치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는 데는 꼬박 6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었다. 제주도 한적한 시골마을, 낡고 허름한 집의 매력을 어떻게 하면 돋보이게 끌어낼 수 있을까? 리모델링이란 잡지에서나 봤던 우리는 막막할 따름이었다.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콘셉트를 구현해줄 전문가가 필요했다. 우리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옛것을 살리는 일에 애정이 있고 집에 버려진 소재를 활용하며 자신만의 건축관을 지닌 김 실장님이었다. 건축주와의 교감을 무척 중시하는 분이라는 점도 선택의 이유였다.

터에는 건물이 두 채 있었다. 시멘트 블록으로 지은 집은 주거용이었고 돌로 쌓아 지은 집은 창고였다. 우리는 돌 창고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때 외양간이었다가 창고가 된 이 건물의 내부는 몇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원형을 그대로 살리는 건 무리였다. 크지 않은 건물이라 내벽 중 일부는 없애기로 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도 재활용에서 제외했다. 되도록 옛 모습을 유지한다는 기조는 흔들림이 없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제 외벽만 남았다. 신구의 조화를 잘 살려야 했다. 직사각형 돌벽을 보며 김 실장님은 <세한도>의 단출한 집을 떠올렸다.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을 했던 추사 김정희 선생이 그렸던 집 말이다. 그렇게 해서 낮고 간결한 모양의 새 지붕이 올려졌다.
우리는 집 안에서도 돌집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밖에서만 돌로 지었다는 걸 알 수 있고 실내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말끔한 새 집은 원치 않았다. 그래서 싱크대 쪽 극히 좁은 부분에만 타일을 붙이고 나머지는 벽은 돌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단열을 비롯해 포기해야할 부분들이 있었지만 이곳에 머무는 이들이 ‘나는 지금 제주도에 있다’는 감정을 집 안에서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시멘트 블록으로 지은 주거용 건물은 겉으론 번듯해 보였지만, 안에서 측정해 보니 수직과 수평이 전혀 맞지 않았다. 먼저 수리한 돌 창고도 마찬가지여서 지붕을 올릴 때 애먹었는데, 주거용 건물까지 그럴 줄은 몰랐다. 가뜩이나 좁던 공간이 더욱 좁아질 터였지만 내부에 목재를 덧대 바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화장실은 재래식으로 마당 구석에 따로 있어, 집 안에도 새로 만들어야 했다. 이웃 어르신들이 충고해주신 것처럼 차라리 집을 다 헐고 그 자리에 새로 짓는 편이 여러모로 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마을의 한 부분으로 존재했던 돌집이기에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집 이름은 ‘마드레(madre)’로 정했다. 아주 큰 자연산 전복을 뜻하는 제주 토속어인데, 제주어 사전을 뒤적이다 어감이 좋아 나중에 집 이름으로 쓰려고 했던 단어였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스페인어로는 ‘어머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바다에서 전복을 따오시는 우리들의 어머니, 해녀가 떠올라 무척 흡족한 이름이었다. 창고에서 발견한 오래된 고목을 손질해 현판을 만들고 이름을 새겨 붙이며 집은 완성되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단순히 하룻밤 머물 숙소에 그치기보다, 오랜 시간 기억에 배어 있고 언젠가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길 바라며 시작했던 꿈은 현실이 되었다. 꾹꾹 눌러쓴 손 편지를 남긴 분도 계셨고, 태교 여행으로 왔다가 태어난 아이와 함께 재방문한 가족도 있었다. 제주 집이라며 매년 찾아주는 분들과의 인연도 참으로 귀하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꾸준한 동반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내와 나에게도, 이 집을 찾는 분들에게도.





           [출처] 월간에세이 (2016-02)
           본 콘텐츠는 발행사에서 제공하였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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