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MAGIC JOHNSON BY SHAYAN ASGHARNIA/AUGUST

전 세계 억만장자들에게는 대단한 한 해였다.

전쟁과 정치적 소요, 인플레이션 잔존이란 악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 세계 증시가 기세등등하게 올라가면서 이들의 재산도 급속도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억만장자의 수도 2781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141명 늘어난 수치이고, 직전 신기록을 세웠던 2021년보다도 26명이 더 많다. 이들의 총재산도 14조2000억 달러로 신기록을 경신했다. 2023년 대비 2조 달러, 2021년 경신된 이전 신기록과 대비해서도 1조1000억 달러 늘어난 금액이다. 순위에 오른 억만장자 3명 중 2명은 지난해보다 재산이 늘어났고, 재산이 줄어든 억만장자는 4명 중 1명밖에 되지 않는다.

재산 증액분 중에서는 상위 20명의 기여도가 가장 크다. 20명의 총재산은 2023년 이후 7000억 달러가 증가했고, 미국의 억만장자는 813명으로 늘어나 또 다른 신기록을 세웠다. 이들 813명의 총재산은 5조7000억 달러다. 미국의 뒤를 이은 2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홍콩을 포함한)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소비자심리 약세로 부동산거품이 붕괴하면서 억만장자 재산이 2000억 달러나 감소하고 89명이 순위에서 탈락했지만 473명이 총재산 1조7000억 달러를 보유하며 2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3위는 억만장자 200명을 보유(하며 역시 기록을 경신)한 인도다.

키프로스와 룩셈부르크, 말레이시아, 대만 등 세계 곳곳에서 신흥 재벌이 탄생했다. 이들이 부를 일군 경로도 롤페이퍼부터 군용 드론, 우동 국수까지 매우 다양하다. 올해 새로 등장한 ‘뉴페이스’ 265명에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작고한 이탈리아 전직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상속자 5명, TV 프로듀서 딕 울프 등이 포함됐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다.

스위프트는 투어 공연과 음반 재발매를 기반으로 억만장자 지위에 올랐다. 순위에서 탈락했다가 금의환향한 사람은 91명이고, 탈락한 사람은 189명, 사망한 사람은 32명이다. 억만장자 클럽에 새로 합류한 사람 중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인물들을 분야별로 알아본다.

엔터테인먼트

팝스타와 운동선수, 셀럽들은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콘텐트 제작이나 스포츠 구단, 영화관 운용 등으로 억만장자가 됐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전 세계 총 104명의 억만장자가 있으며, 이들의 재산가치를 모두 합하면 3670억 달러가량이다.

매직 존슨: 12억 달러·농구, 투자·미국

NBA 전설로 회자되며 올해 64세가 된 매직 존슨은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 타이거 우즈처럼 엄청난 연봉과 높은 광고료로 억만장자가 된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활용해 합작사를 세우고 4명 이상의 다른 억만장자와 파트너십을 맺어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존슨이 함께 일한 억만장자로는 토드 보엘리와 스타벅스 창업주 하워드 슐츠 등이 있다. 존슨은 이들과 함께 영화관부터 보건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했고, 지금은 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NFL 워싱턴 커맨더스에 소수 지분을 보유하고, 아이오와에 본사를 둔 생명보험사 에퀴트러스트(EquiTrust)에 지배지분을 가지고 있다.

마노즈 푼자비: 19억 달러·영화·인도네시아

중국 텐센트홀딩스의 투자를 받는 자카르타 상장사 MD 픽처스(Pictures)를 통해 [춤추는 마을의 저주(Curse of the Dancing Village)], [1000일(A Thousand Days)] 등의 공포영화를 블록버스터로 제작해 대성공을 거두면서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류웨이: 18억 달러·모바일 게이밍·중국

차이하오위, 뤄위하오와 함께 올해 새로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2012년 온라인 비디오 게임사 미호요(miHoYo)를 상하이에서 공동 창업했다. 류웨이는 지난해 9월 차이하오위의 뒤를 이어 회장직을 맡았다. 출시 게임 중에는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RPG 원신(Genshin Impact)와 붕괴: 스타 레일(Honkai: Star Rail)이 가장 유명하다. 몬트리올과 로스앤젤레스, 도쿄, 서울, 상하이에 둔 사무소에서 총 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클락 헌트와 그 가족: 14억 달러·캔자스시티 치프스·미국

NFL 치프스 구단 회장이자 CEO이다. 2006년에 작고한 아버지 라마르가 1959년 창설했던 치프스 구단에 합류하여 20년째 경영을 이끌고 있다. 2010년 그가 CEO로 취임한 후 치프스는 플레이오프에 10회 진출하고 지난 4년 중 3년간 슈퍼볼 우승팀이 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구단 가치는 350% 상승했다.

딕 울프: 12억 달러·TV 방송·미국

[로앤드오더(Law & Order)], [시카고(Chicago)], [FBI] 시리즈를 제작하며 억만장자가 됐다. 지금까지 2000여 개 에피소드를 제작했고, 이 에피소드들은 지금도 프라임타임 TV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

기오르기 가티안: 11억 달러·성인용 엔터테인먼트·헝가리

포르노 웹사이트 라이브자스민(LiveJasmine)으로 억만장자가 됐지만, 축구와 탁구를 합친다는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테크볼 관리기관 국제테크볼연맹(International Teqball Federation)을 공동 창설하는 등 관심사가 다양하다.

베니 수허만: 11억 달러·영화·인도네시아

티켓 매출이나 스크린 수를 기준으로 할 때 인도네시아 최대 극장 체인으로 성장한 시네마 XXI의 공동 창업자다. 자신의 회사 누산타라 세자테라 라야(Nusantara Sejahtera Raya)가 8월 증시에 상장하면서 처음으로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테일러 스위프트: 11억 달러·음악·미국

에라스 투어로 세후 수입 1억9000만 달러를 올린 스위프트는 신나는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그녀의 질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 세계를 누비는 투어는 앞으로도 계속되다가 12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밴쿠버에서 종료하게 된다. 테일러의 포트폴리오에는 5억 달러어치의 음원 카탈로그도 있다. 덕분에 34세인 스위프트는 노래와 공연만으로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첫 뮤지션이 됐다.

금융

▎ 사진:ANDREA PIGNATARO BY HOLLIE ADAMS/BLOOMBERG

금융·투자 부문 억만장자의 재산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현재 총 427명이 2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보유한 금융·투자 부문은 10년 연속 가장 많은 억만장자를 배출했다. 이 중 올해 순위에 새롭게 등장한 인물은 37명이다.

안드레아 피그나타로: 275억 달러·금융 소프트웨어·이탈리아

런던 살로먼브라더스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일하다가 1998년 독립해서 금융 데이터·기술 기업 아이온 그룹(ION Group)을 설립했다. 아이온 그룹은 금융시장 플랫폼 딜로직(Dealogic)과 거래 소프트웨어 피데사(Fidessa) 등 여러 기업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나갔다. 현재 그의 회사는 (순자산) 270억 달러 규모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서 블룸버그, 팩트셋과 경쟁하고 있다. 올해 신입 억만장자 중 가장 재산이 많은 피그나타로는 ‘카리브해의 낙원’으로 불리는 세인트빈센트에서 호화 빌라와 호텔이 몰려 있는 카누안 에스테이트(Canouan Estate)의 땅 1280에이커도 보유하고 있다.

솔리나 차우: 31억 달러·투자·홍콩

홍콩 억만장자 리카싱의 오랜 파트너다. 차우는 리카싱이 투자한 창투사 허라이즌벤처스(Horizons Ventures)를 2002년 공동 창업했다. 페이스북과 스포티파이, 줌의 초창기부터 투자를 했고, 에너지 드링크 제조사 셀시우스홀딩스(Celsius Holdings)에도 투자해 현재 지분가치가 2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더그 오스트로버: 28억 달러·사모투자·미국

블랙스톤에서 신용사업을 구축한 오스트로버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베테랑 투자자 마크 립슐츠(동시에 억만장자 합류)와 함께 2016년 신용관리사 아울록(Owl Rock)을 공동 창업했다. 2021년 다른 사모투자사에도 지분을 가지고 있는 다이얼캐피털(Dyal Capital)과 합병해서 블루오울(Blue Owl)로 재탄생했고, 현재 1650억 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벤 나바로: 15억 달러·투자·미국

나바로는 크레디트원뱅크(Credit One Bank)로 큰돈을 벌었다. 캐피털원뱅크(Capital One Bank)와 흡사한 이름과 로고를 사용하고 있지만,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둔 나바로의 대출기관과 캐피털원은 완전히 별개의 금융기관이다. 크레디트원 자체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저신용 대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1800만 명 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크리스티나 준퀘이라: 14억 달러·핀테크·브라질

누뱅크 공동 창업자 준퀘이라는 2021년 이미 억만장자가 된 데이비드 벨레즈 CEO의 뒤를 이어 올해 억만장자로 인정을 받았다. 이들이 경영하는 상파울로의 핀테크 기업 누뱅크 주가는 지난 1년간 146% 상승했다. 기록적으로 높은 재무 실적을 거두고 고객 기반을 확장한 덕분이다.

안쿠르 자인: 12억 달러·리워드 업체·미국

2019년 빌트 리워드(Bilt Rewards)를 창업해서 임차인에게 금융 크레디트를 주는 사업을 구축했다. 결제를 처리한 후 임차인들이 항공사나 호텔, 헬스장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1월 창투사로부터 기업가치를 31억 달러로 평가받고 투자금 2억 달러를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아버지 나빈 자인은 1996년 검색엔진 인포스페이스(InfoSpace)를 설립한 후 2000년 잠시 억만장자 순위에 오른 적이 있다.

안토니오 그라시아스: 11억 달러·사모투자·미국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금융 전문가이며, 수십 년 전 지인을 통해 일론 머스크를 만났다. 이후 그의 회사 밸러에쿼티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 가장 먼저 투자한 기관투자자 중 하나가 됐다. 머스크를 굳게 믿는 그는 스페이스X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테슬라 공장 바닥에서 잠을 자고 미국 최고의 부호 머스크와 스키 휴가를 함께 간 적이 있을 정도로 사이가 돈독하다.

식품 & 패션

▎ 사진:CHRISTIAN LOUBOUTIN BY SHAYAN ASGHARNIA/AUGUST

요리와 재봉질을 기반으로 식음료와 패션 리테일 산업에서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500명에 달한다. 이 중 44명의 뒤에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버티고 있다.

크리스티 루부탱: 12억 달러·신발·프랑스

빨간 밑창의 하이힐로 불리는 루부탱은 이제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이 구두를 디자인한 루부탱도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덕에 억만장자로 발돋움했다. 루부탱 브랜드는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가 연기한 캐리 브래드쇼가 즐겨 신는 구두로 유명해졌고, 카디 비와 제니퍼 로페즈의 노래에서도 언급됐다. 2021년 지분 24%를 이탈리아 아드넬리 가문의 투자사 엑소르(Exor)에 매각했고, 2022년 회사 수익이 32% 증가했다. 루부탱이 아직 보유한 지분은 35%로, 이 지분은 그의 재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토드 그레이브스: 91억 달러·패스트푸드·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 시절 치킨텐더만 판매하는 레스토랑을 열겠다는 사업계획을 제출했다가 낮은 학점을 받았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보일러 수리와 연어 잡이 등으로 번 돈에 중소기업청 대출을 얹어 1996년 레이징케인(Raising Cane)을 창업했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레이징케인의 매출 규모는 33억 달러에 달한다.

윌리엄 골드링: 60억 달러·주류·미국

골드링의 회사 사제락 컴퍼니(Sazeroc Company, 매출 30억 달러 추산)는 파피 반 윙클, 조지 T. 스택을 비롯한 최고급 증류주부터 파이어볼, 서던 컴포트, 골드슐라거 등 중저가 제품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갖추었다.

몰리 미아오: 42억 달러·패스트패션·중국

빠르게 성장 중인 중국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의 최고마케팅책임자 몰리 미아오는 쉬인의 매기 구 경영 총괄, 렌 샤오킹 이사와 함께 처음으로 억만장자 순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올해 뉴욕 증시에 상장하려 했던 계획은 미중 갈등 때문에 아직 답보 상태에 있는 걸로 보인다. 그러나 온라인 의류 브랜드 쉬인은 상장 여부에 상관없이 미국 시장을 포기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포에버21과 손잡고 미국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조율해줄 베테랑 전문가를 고용하여 시애틀 지역에 새로 사무소를 열고 미국 직원을 1500명까지 증원할 계획이다.

마이클 라티피: 34억 달러·육류 가공·캐나다

라티피가 10대 시절 처음 가진 직업은 맥도날드 버거 뒤집기였다. 지금 그는 온타리오에 본사를 둔 거대 육류 가공업체 소피나 푸드(Sofina Foods, 매출 추산 58억 달러)를 경영하면서 맥라렌 포뮬러 원 팀에도 1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알렉산드로 로사노: 14억 달러·신발·이탈리아

외부 자본을 꺼리는 로사노는 편안함에 중점을 둔 헤이두드(HeyDude) 신발 브랜드를 자기자본으로 유지하며 키워나갔다. 신발은 코로나 시기에 큰 인기를 끌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후 2022년 로사노는 현금과 주식으로 25억 달러를 받고 회사를 크록스에 매각했다.

아와타 타카야: 12억 달러·국수·일본

대학을 중퇴하고 일본식 야키토리집을 열었다. 그러나 큰 성공은 2000년 마루가메 제면집으로 메뉴를 바꾸면서 시작됐다. 그가 도쿄 증시에 상장한 토리돌(Toridoll)은 빠르게 성장하여 일본과 중국, 싱가포르, 유럽, 미국에서 1900여 개 매장을 운영한다.

장 마다르: 11억 달러·향수·프랑스

뉴욕과 파리에 본사를 둔 인터퍼퓸(Interparfums)의 공동 창업자이자 공동 CEO다. 파리 ESSEC 경영대학원 재학 시절 필립 베나신과 함께 럭셔리 향수 유통업체를 창업했고 둘은 올해 나란히 억만장자에 합류했다. 코치, 지미 추, 몽블랑 등의 브랜드에 향수와 오드콜로뉴를 공급하는 미국 사업부는 마다르가 총괄하고 있다.

AI

▎ 사진:CLOUDFLARE

인공지능의 골드러시가 한창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1년간 기술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7530억 달러 증가해 총 2조6000억 달러가 됐다. 부문별로 봤을 때 최고 금액이다. (2위는 금융 억만장자들이 차지했다.)

미셸 재틀린: 12억 달러·사이버보안·캐나다

재틀린의 회사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는 AI를 이용해 고객을 보호하고 사이버공격을 막아준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플레어는 개발자들이 자신만의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클라우드 공간도 제공해준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재틀린은 몬트리올 맥길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구글과 도시바에서 이력을 쌓다가 2009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기 매슈 프린스와 함께 클라우드플레어를 창업했다. CEO인 매슈 프린스도 억만장자다. COO인 재틀린은 회사 지분의 2%를 가지고 있으며, 회사 주가는 지난해 이후 86% 급등했다.

찰스 리앙: 61억 달러·컴퓨터 하드웨어·미국

리앙은 1993년 IT 인프라 기업 슈퍼마이크로컴퓨터(Super Micro Computer)를 창업했다. 이곳에서 생산한 서버와 저장 시스템은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회사는 2023 회계연도에 매출 70억 달러로 신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12개월간 주가 상승률은 1100%로, 파트너사인 반도체 제조업체 엔비디아, 인텔, AMD보다 높다. 회사 선임 부사장인 아내 사라 리우도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사가미 ��사쿠: 19억 달러·M&A 중개·일본

33세인 ��사쿠가 CEO로 있는 M&A리서치인스티튜트(M&A Research Institute)는 중소기업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이들을 인수해줄 적절한 기업을 찾아준다. 보통 경영권 승계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그냥 현금을 받아서 나가고 싶어 하는 고령의 창업주나 경영주들이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해 잠재 매수 기업 후보군을 찾아서 매칭해준다.

브렛 애드콕: 14억 달러·로봇·미국

애드콕이 2022년 창업한 피겨(Figure)는 AI에 기반한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해 노동력으로 활용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개발에 임하고 있다. 2월 제프 베이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오픈AI 등 헤비급 투자자들로부터 기업가치를 26억 달러로 인정받고 투자금 6억7500만 달러를 받았다. 애드콕(37)은 약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리사 수: 13억 달러·반도체·미국

리사 수가 2014년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이후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AMD)의 주가는 무려 60배 이상 치솟았고, 재정난에 빠졌던 반도체 회사는 그녀 덕분에 AI의 총아로 거듭났다. 수학자와 회계사로 일하다가 기업가로 변신한 부모님을 둔 그녀는 3살 때 가족과 함께 대만에서 뉴욕시로 이민을 왔다. MIT에 진학해서는 전기공학을 전공했는데 이 과목을 선택한 이유는 ‘제일 어려워 보여서’다.

샘 올트먼: 10억 달러·투자·미국

오픈AI의 올트먼(38) CEO는 2022년 챗GPT 를 선보여 AI 흥행몰이를 시작한 주역이다. 오픈AI의 기업가치는 이제 800억 달러를 넘겼지만, 그는 회사에 어떤 지분도 가지고 있지 않다. 지난 11월 회사에서 해고됐다가 다시 고용된 그가 억만장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와이콤비네이터 사장으로 있었던 2014~2019년에 진행한 투자 덕분이다. 당시 그는 스트라이프(Stripe)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고, 레딧(Reddit)과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Helion)에도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비 존스: 10억 달러·반도체·미국

오랜 시간 기술 투자자이자 기업가였던 존스는 엔비디아 이사회의 창립 위원으로, 지분 0.03%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엔비디아 주가 300% 폭등 랠리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다.

전쟁으로 창출된 부

▎ 사진:GLORIA JEANS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건이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 오른 소수의 사람에게는 큰 혜택을 안겨줬다. 이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에 상품을 제공하거나, 전쟁으로 가치가 저하된 자산을 헐값에 매입하거나, 외국 경쟁기업이 시장에서 탈출하며 갑자기 경쟁이 줄어든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혔다.

크블라디미르 멜니코프: 17억 달러·패스트패션·러시아

1988년 모스크바에서 글로리아진스(Gloria Jeans)를 창업했고, 리바이스와 H&M 등 서구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OEM 사업을 했지만, 지금은 러시아 최대의 패스트패션 업체로 성장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에 7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매출이 28% 증가해 8억7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H&M과 자라 등 외국 브랜드 매장 648개가 문을 닫은 것이 도움이 됐다.

게오르기 프로코피오와 그 가족: 26억 달러·해운·그리스

그리스 해운 재벌 프로코피오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유조선단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회사 다이나콤(Dynacom)은 2023년 말 기준 러시아산 석유를 가장 많이 운송한 해운사가 됐다.

우고 구살리 베레타와 그 가족: 24억 달러·총기류·이탈리아

우고 구살리 베레타는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긴 소형 화기 제조업체 베레타(Beretta)의 수장이다. 회사의 설립 연도는 1526년이다. 2015년 두 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해주기까지 20년간 회사 경영을 이끌었다. 2022년 유럽 군대의 무기 조달 금액이 증가하면서 매출과 수익이 늘었다.

이반 타브린: 24억 달러·사모투자·러시아

타브린의 회사 키즈메트 캐피털 그룹(Kismet Capital Group)은 2023년 4월 거대 소비재 기업 헨켈(Henkel)의 러시안 자산을 인수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매입 가격은 6억6000만 달러가 조금 넘는데 시장가치의 50%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다.

콘스탄티노스 마르티노스와 그 가족: 23억 달러·해운·그리스

어머니 아티나와 형제인 안드레아스, 아타나시오스, 마르티노스와 함께 1972년 선박 회사 테나마리스(Thenamaris)를 설립했다. 회사는 1990년대 들어서 형제들이 사업 부문별로 분사해서 나눠 가졌고, 콘스탄티노스(71)는 주요 사업부였던 선박 회사를 가져와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다. 형제들은 올해 나란히 억만장자 순위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블라디미르 파르투쉬냐크: 18억 달러·스포츠 리테일·러시아

함께 억만장자가 된 동생 니콜라이와 1992년 스포츠마스터(Sportsmaster)를 창업했다. 현재 회사는 러시아와 중국,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에 510개 매장을 두고 있으며, 매장 방문객은 2억 명이 넘는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노스페이스를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를 판매하는 스포츠 브랜드 매장이다. 점유율이 낮았던 우크라이나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가 시작됐을 때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가 바로 러시아 매장을 닫아버리면서 얻게 된 반사이익이 더 크다.

셀주크 바이락타르: 12억 달러·군용 드론·튀르키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간 튀르키예 대통령의 사위다. 무인 군용 드론 생산업체 바이카르(Baykar)를 자신의 형 할루크와 함께 경영하고 있다. 형제는 나란히 억만장자 순위에 입성했다. 회사의 수출 품목 중 가장 유명한 드론 바이락타르(Bayraktar)가 우크라이나 군대에 큰 성공을 안겨주면서 이를 주제로 한 우크라이나 민요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블라디슬라프 스비블로프: 11억 달러·광산업·러시아

광산 재벌 스비블로프는 2022년 6월 캐나다 킨로스골드(Kinross Gold)의 러시아 보유 자산을 3억4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러시아 언론에서 15억 달러로 평가한 자산을 위기를 이용해 헐값에 매입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