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다이어리> 아야세 하루카 “기적 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가족으로 성장하는 찬란한 계절들을 기록한 일기다. 그 일기의 주인공은 바닷가 한적한 마을에 터를 잡은 배 다른 네 자매다. 그중 사려 깊은 맏언니 코우다 사치 역의 아야세 하루카에게 일기의 후일담을 물었다. 그녀는 모두가 함께 먹은 잔멸치덮밥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무엇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평소 감독님과 꼭 작업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야기라는 것도 좋았고요.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일상에서 네 자매가 평범하게 식사를 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과 작업해 본 소감이 어떤가요? 보통은 현장에서 “자, 촬영 들어갑니다”하고 시작하는데, 이번 영화에선 따로 촬영한다는 느낌을 별로 못 받았어요. 현장이 일상처럼 느껴져서 촬영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조차 자각을 못할 정도였거든요.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것 같은 기이한 감각이었어요. 긴장 없이 자연스럽게 일상을 지냈어요.

코우다 사치는 네 자매의 맏언니에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남아있지만 이복동생인 아사노 스즈(히로세 스즈)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하잖아요. 복잡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사치는 혼자서 여러 가지를 끌어안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스즈 혼자 감당하려고 하는 괴로움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치가 스즈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줘”라고 말을 건네자 스즈가 “네”라고 대답하는 순간, 사치는 어른스런 스즈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걸 느끼죠. 그 순간 느끼는 사치의 쓸쓸함과 어려움, 사치와 스즈의 미묘한 거리가 영화에 잘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15년 동안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스즈와 세 자매가 가족이 되기 위한 노력은 영화 밖에서도 이어졌을 것 같아요. 네 배우가 친해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나요? 우선 촬영 전 첫 만남에서 다함께 꽃놀이를 갔어요.(웃음) 함께 밥을 먹으로 간다든지 촬영 하는 내내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 같아요. 마치 영화처럼요.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건 참 중요한 일이란 생각을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식사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잔멸치덮밥이 참 맛있었어요. 살짝 데친 잔멸치와 생잔멸치가 반반 섞여있는데 인상적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식사 장면이 많다보니 대사를 칠 때 입에서 음식이 튀어나와 현장이 웃음바다가 됐던 기억이 나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네 명이 함께한 모든 장면이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도 함께 바다를 걷는 장면은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닌데도 일상의 일부를 잘라내어 보여주는 장면마다 사람의 표정이 스며있는 영화란 생각이 들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구나’라고 느껴요.

이제까지 조금 허술하고 어리바리한 느낌의 캐릭터를 많이 맡아서인지 이번 영화에서의 차분하고 진중한 느낌의 연기가 새롭게 느껴졌어요. <바닷마을 다이어리> 이후 좀 더 어른스러운 노선을 보여줄 계획인가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스스로도 몰랐던 저의 어떤 지점들을 많이 발견했어요. 실제로 제가 가지고 있는 지금의 고민을 표현할 수 있는 역에 도전하고 싶어요. 연애건 일이건 가족이건 동시대 사람들이 ‘나도 그런 기분이었지’ 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싶은 역할에 욕심이 나요.

사진 및 자료 제공 티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