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숲을 거닐다 _ 천재 중에 천재, 미켈란젤로 _ 황지언

명화의 숲을 거닐다-3회

천재 중의 천재, 미켈란젤로

황지언, 미술칼럼니스트

21세기임에도 불구하고 왕이 존재하는 군주제 국가는 아직도 세계 곳곳에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입헌 군주제 국가인 영국을 들 수 있지요. 그리고 유럽에는 놀랍게도 선거로 국가 원수를 뽑는 선거 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 국가가 있습니다. 이 나라가 어디냐고요? 그곳은 바로 바티칸 시국, 그리고 절대 군주는 바로 교황 성하입니다.

교황 사후나 사임 이후 새로운 교황을 뽑는 선거를 콘클라베(Conclave)라고 하며 이 선거는 바티칸 궁전 내, 창문도 없이 작고 소박한 시스티나 성당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스티나 성당은 그야말로 겉과 속이 다른 장소입니다. 성당 안에는 르네상스 시기의 유명한 화가들의 성화가 잔뜩 그려져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대가들의 그림 중 눈에 띄는 작품이 있습니다. 천재 중의 천재,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가 그린 엄청난 규모의 천장화와 서쪽 벽화입니다. 천장에는 <천지창조>를 소재로 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서쪽 벽에는 <최후의 심판>을 소재로 한 그림이 그려져 있지요.

그런데 이 두 그림은 완전히 별개의 작품으로 봐야 합니다. <천지창조> 천장화의 경우 1508~1512년에 그려졌으며, <최후의 심판>은 1534~1541년에 그려진 것입니다. 미켈란젤로가 1475년생인 것을 고려했을 때, 천장화는 30대 중반에 그려졌고 <최후의 심판>은 60대 초반에 그려졌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시스티나 성당에 가면 미켈란젤로의 초기와 후기 화풍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약 400여 명의 인물 군상이 그려져 있는 <최후의 심판>은 1533년에 교황 클레멘스 7세가 주문했지만, 클레멘스 7세는 미켈란젤로에게 주문한 이듬해 세상을 떠났고, 작품 제작 계획은 중단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다음 교황인 바오로 3세가 다시금 미켈란젤로에게 이 그림을 의뢰하고 작업에 들어가 결국 완성됩니다. 바오로 3세는 이 작업을 주문하기 위해 미켈란젤로를 교황청 최고의 건축가이자 화가, 조각가로 임명하는 포고령을 반포했죠. 그리고 결국 완성된 그림을 본 바오로 3세는 감동과 경외를 담아 그림 앞에 무릎을 꿇고 이런 말을 남깁니다.

“주여, 심판의 날에 저의 죄를 묻지 말아 주소서.”

미켈란젤로는 한마디로 천재라는 단어의 의미를 한 단계 격상시킨 천재입니다. 유명한 미술사가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그에 대해 이렇게까지 말했지요.

“미켈란젤로의 업적은 인류가 천재의 정의에 대해, 그 역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미켈란젤로 정도가 아니면 감히 천재라는 말을 함부로 갖다 붙이지 말라는 의미로 들립니다. 하지만 이는 너무 엄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었다고 할 정도의 천재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20대 초반에 불후의 명작인 피에타상을 조각했고, 이후 곧바로 다비드상을 만들어 냅니다. 30대에는 <천지창조> 천장화를 그려내고, 세월이 흘러 60살이 된 후에는 <최후의 심판>을 그려내죠.

그는 작업의 완성도가 훌륭한 것은 물론이고, 다른 화가들보다 거의 열 배 이상은 빠른 작업 속도를 보여줍니다. 태어나서 처음 해 보는 작업도 금방 그 기술을 습득해서 원래부터 그 작업을 해왔던 예술가를 뛰어넘어 버리죠. 그는 마치 인간의 예술성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신의 선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천재의 기준을 미켈란젤로로 잡으면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또 천재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