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어느 날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미국에서부터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캐나다 등 자타 공인 지구 행성 대표 선진국들이 마치 쓰나미 앞의 종이배처럼 코로나19 역병 앞에 차례로 휩쓸려 떠내려갔다. 

그리하여 회사와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모임에 이르기까지 마스크와 비대면 활동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소위 집콕 생활과 재택근무가 외부 활동을 점차 대신하게 되었고 컴퓨터와 태블릿,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이용한 인터넷과 SNS 활동이 활발해졌다. 생필품 주문을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으로 해결하고 등교, 박물관, 미술관 방문도 가상으로 이뤄지는 메타버스 시대가 앞당겨졌다. 집안에서부터 거리로, 또 이동하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사람들은 매 순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보낸다. 뉴스와 유튜브, 드라마와 영화, 음악과 미술 등 문화 활동과 게임 화면이 스마트폰 화면 위에서 저마다 활짝 피었다. 인터넷 환경이 구축된 곳이면 어디든 일찍이 상상하기 어려웠던 세계 문화와 역사, 문명의 공유가 손 안의 내 것처럼 향유하는 첨단 정보통신 시대가 도래했다. 

알파, 감마, 델타, 베타 그리고 오미크론까지, 변화하는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비대면 생활과 마스크 착용이 습관화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불확실한 미래로 가기보다는 이전의 평온했던 과거로 돌아가고픈 간절함이 커졌다. 국난의 큰 희생을 치르며 환경의 소중함도 깨우치고 있다. 물과 공기 등 자연환경 파괴를 앞장섰던 인간들에게 보내는 자연의 경고라고 해석된다. 기후 변화와 교통의 발달로 어쩌면 앞으로 한층 강력해진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질 거라고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여전히 스마트폰을 들고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다. 이를 꼭 쥐고 손끝에서 글로벌 문화를 향유하며 마그리트 그림 속 비상하는 새처럼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사람들은 사회생활과 문화생활 등 세상과의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난중일기> 시리즈는 마스크를 쓴 승객들 틈에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 명화 속 인물들을 적소에 배치하여 코로나19를 겪는 최근의 모습을 그림일기 형식으로 재현했다. 대중교통 승객들과 명화가 서로 섞이며 ‘낯설게 하기’ 기법으로 신선미를 높이고 명화의 일부를 차용함으로써 시대의 변화와 대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매일 만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샤갈과 모딜리아니를 만나보고 힘겨운 시대 속에서 작품과의 소통을 통해 지하철이 더 이상 음습한 지하세계가 아닌 꿈을 향해 날갯짓하는 이동 통로로서 현대인의 고단한 꿈을 나타내고자 했다. 세잔의 ‘카드 하는 사람들’과 스마트폰에 몰입하며 말수가 적어진 요즘 젊은이들을 표현하고, 인공지능과 바둑을 겨루는 모습의 대조로 우리 앞에 다가온 가상현실과 증강현실과 같은 디지털 세상을 보여준다. 보이는 풍경 너머 공존하는 가상현실을 한 화면에 배치하여 스마트폰과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추상 미술이 대세인 풍토에서 지하철과 한옥 VR 작가라는 작가 캐릭터를 십분 발휘, 위대한 예술가들을 오마주하며 패스티시 기법을 활용해 아카이브 측면에서 전쟁 같은 코로나19 풍경을 오롯이 화폭 위에 기록했다. 이는 또한 시공간을 초월해 오늘의 현실에 과거의 명화를 되살리며 진솔한 삶을 품어 예술의 입김을 상호 주고받는 소통과 생명의 몸짓이기도 하다. 

*갤러리 인사아트 등 개인전 7회, 단체전 60회, 서울아트쇼 등 다수의 아트페어 전시 참여, 이치저널과 구민산문에 ‘송태한의 시를 그리다’ 연재 중, 한류예술협회 등 초대작가,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시인.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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