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풀리기 시작했다. 살랑바람에 가슴 두근거리는 것은 잠시, 형용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눈과 콧속을 가득 채운다. 봄을 방해하는 건강 적신호가 켜질 듯 말 듯. 이맘때 불청객, ‘알레르기비염’과 ‘안구건조증’을 쫓아내고 싶다.

점막을 덮는 끈끈한 분비물인 ‘점액’은 면역에서 중대한 역할을 맡는다. 점액이 말라 있으면 섬모운동과 면역기능이 떨어져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콧속 섬모운동은 컨베이어 벨트 움직임과 흡사하다. 점액을 코 안쪽으로 넘겨주는 것인데, 이때 수분과 더불어 이동하는 점액 양은 하루 약 1리터다. 매일 우유팩 한 개 수준의 점액이 순환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봄이 되면 변화가 느껴진다. 콧속 상태가 건조해져 상기도 질환을 일으킨 결과다. 

알레르기비염, 코감기 달라
봄철 대표적인 상기도 질환은 알레르기비염이다. 비염은 코 막힘, 콧물, 후각 상실, 재채기 중 두 가지 이상 증상이 하루 한 시간 넘게 반복되는 경우다. 그 원인에 따라 알레르기비염, 감염성 비염, 호르몬성 비염으로 나뉜다. 알레르기비염은 얼핏 코감기 같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질환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강주완 교수는 “코감기는 감염성 비염”이라고 했다.

“콧물이 흐른다거나 목 뒤로 넘어가거나 냄새 맡기 힘들거나. 알레르기비염과 코감기의 증상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비전문가가 구분해내긴 어려워요. 흔히 노란색 콧물이 나오면 세균에 감염됐다고 생각하는데,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 없어요. 증상이 이어지는 기간, 반복되는 경과가 중요해요. 바이러스에 의한 단순 감기 증상은 열흘 이내에 호전돼요. 증상이 그 이상 지속되거나 특정 시즌에 나타나는 증상이라면, 알레르기일 가능성이 높아지죠.”

알레르기비염은 계절성(간헐성), 통년성(만성) 비염으로 나뉜다. 계절성 비염의 주원인은 꽃가루이며 통년성 비염은 집먼지, 진드기로 인한 경우가 흔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서도 많이 발현된다. 

문제의 원인을 알았다면 그것을 피하는 게 해법이다. 예를 들어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귀가할 땐 옷에 붙은 꽃가루를 확실히 털어내고, 55도 이상의 물로 침구류를 세탁하거나 헤파 필터 청소기를 자주 사용해야 한다. 아울러 강주완 교수는 ‘코 세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발, 얼굴 씻는 거랑 똑같아요. 콧속을 식염수로 세척하면 점막에 붙은 염증 물질을 덜어낼 수 있어요. 적절한 수분 공급이 되기 때문에 섬모운동을 개선시킬 수도 있고요. 매일 아침과 저녁에 세척하길 추천합니다. 단 식염수가 귀로 흘러 중이염이 발생할 수 있으니, 정확한 사용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안구건조증 치료, 인공누액만 정답 아니다
봄은 안구 또한 건조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안구건조증은 수많은 현대인이 호소하는 질환이다. 다시 말하면 ‘요즘 세상에 당연한 증상’으로 여기며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최웅락 교수는 “아주 드물긴 하지만, 안구건조증을 방치했을 때 실명에 이르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건조증은 쉽게 말해 눈물막이 깨진다는 겁니다. 초기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나 그 상태로 그냥 둔다면 결막염이나 각막염에 노출되기 쉬워요. 결막염도 봄철 대표적인 안구 질환 중 하나인데요. 가려움이나 통증, 충혈을 동반합니다. 단순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라면 자연 치유가 되기도 하지만, 유행성 각결막염이나 세균의 의한 결막염이라면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진단이 필요합니다.”

안구건조증 예방 및 완화 방법으로는 ‘인공누액’이 있다. 인공누액은 병에 든 제품, 일회용 제품으로 나뉘는데 병에 들어 있는 누액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벤잘코늄’을 함유하고 있어서다. 이 성분은 세균 번식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만 독성을 띤다. 최웅락 교수는 “병에 든 인공누액을 너무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눈에 좋지 않다. 각막 부분의 세포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며 “하루 4회 이하, 한 달 이하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일회용 누액은 방부제가 없어 관련 부작용은 없지만 개봉 후 즉시 사용해야 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누액은 투여하면 안 된다. 최 교수는 인공누액을 맹신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안구건조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며 그 원인에 적합한 치료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봄철 알레르기를 치료를 위한 항히스타민제에 대한 유의점도 알아야 한다. 항히스타민제가 비염, 결막염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간 복용하면 내성이 생긴다. 이 경우 다른 성분의 약제를 투여하게 되는데, 작용기전이 비슷해 새로운 약물에도 내성이 나타날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를 무분별하게 너무 오랜 시간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특히 세균성 결막염은 약을 먹었을 때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된 것처럼 느껴져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있어요. 질환 발생 초기에 병원에서 자신에게 맞는 약을 처방받는 게 좋습니다.”

무엇보다 기본 수칙 준수가 밑받침돼야 한다. 손을 자주 씻어야 하고, 눈에 이물감이 느껴진다면 손으로 비비지 말고 인공눈물을 넣어 저절로 이물질을 빼내야 한다. 대기오염이 심하거나 건조한 날 외출해야 한다면 렌즈보다 안경을 쓰는 것이 좋다. 장시간 컴퓨터 이용 시에는 의도적으로 눈을 자주 깜빡이는 게 좋다. 눈물샘이 눈에 균등하게 분포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봄철 눈 건강을 위한 영양제로 ‘오메가 3’를 추천한다. 눈물막 지방층을 증가시켜 덜 건조하게 만든다. ‘비타민 C’. ‘비타민 D’는 항산화 작용을 해 염증을 경감시킨다. ‘루테인’이 눈 건강에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노인성 황반변성이 있는 사람에게 해당된다. 

출처 : 여성조선(http://woman.chosun.com) 

[출처]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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