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어쩌면 질병감염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었지만 힘이 없어 널리 알리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계를 강타했다. 코로나로 인하여 세상은, 세상의 경제상황은 2020.1월 이전과 전혀 다른 행성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이 책의 목적은 바뀐 세상이지만 여전히 바뀌기 전의 생각과 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봐야하고 어떻게 적응해가며 살아야 하는 지를 찾아 보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장 어렵게 느낀 부분은 어떻게 시작하는가 였다. 다시 말하면 세상의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할 것인 가였다. 무엇이 강해지고 무엇이 약해질 지를 적어보고 이를 상호 역학관계를 추정해보았다. 그러나 그 많은 변수를 모두 다 주된 요소로 정할 수는 없었다. 우선 영향을 받는 주된 객체를 글로벌 사회시스템으로 할지, 글로벌 경제의 변화로 할지 또는 남한으로 한정할 것인지, 남북한을 아우르는 한반도로 할 것인지가 고민되었다. 하지만 범위를 너무 넓히지 말고, 내가 아는 그리고 알고자 하는 범위까지만 하기도 했다. 남한으로 한정하였다. 그러고 보니 남한과 북한은 서로 상호 영향을 주는 피드백고리가 매우 깊다. 남한만 한정하자면 미래를 보는 관점이 매우 좁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남한을 주된 객체로 보되, 미래 예측이라는 목적에 맞게 북한도 2차 객체로 하였다. 그리고 4가지 한반도 내적 변수로는 북한과 무역을, 한반도 외적 환경으로는 글로벌 무역환경과 코로나바이러스로 하였다,

1. 4개의 변수가 미래 한국에 미칠 영향은?

가. 코로나 바이러스 : BC와 AC

‘세계는 평평하다’ 등을 지은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역사를 Before Corona(코로나 이전)과 After Corona(코로나 이후)로 나누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존재를 알기 시작한 2020.1 .20일 전후로 수많은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이 시대를 사는 모두에게 주어졌다. 역사를 구분하는 시대적 기준은 여럿있다. 선사시대, 역사시대로 시작해서 예수의 탄생 전후로 나누는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 그리스도의 해)로 구분했다. 최zhfh근에는 보편적 타당성을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BD(Before Digital, 디지털 전)과 AD(After Digital, 디지털 후로 나누기도 했다. 거기에 프리드먼식 역사구분인 BC와 AC는 아직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당장만 보아도 그 구분이 타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19는 그야말로 가장 짧은 시간에 글로벌 전체 국가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고, 순식간에 100만명 넘게 감염되었고, 5만명이 넘게 사망했다. WHO에서는 글로벌 전염병이라는 의미의 ‘글로벌 팬데믹(Global Pandemic)’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코로나19의 영향력, 지속기간, 피해 국가와 피해 정도에 대한 표면적인 것 말고도 보이지 않게 변화시키는 것도 많다. 하지만 아직 그 정도가 드러난 사항들은 미미하다. 이를 수치화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추상적이나마, 대략적이나마 변화를 상상해보는 것은 유의미할 것이다.

나. 글로벌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국

코로나19는 그렇지 않아도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금융 전쟁 등으로 인하여 아슬아슬하게 정상 상태를 유지하던 글로벌 환경은 코로나19로 인하여 확실하게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글로벌 환경 변화의 관심사는 세계화가 지속될 것인지, 지역주의가 심화될 것 인지이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각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입출국을 금지하고 있다. 아예 자국의 육해공 국경을 막은 나라도 많다. 중국, 일본처럼 바다를 면한 나라는 물론이고, 유럽은 육지에 접해있는국경마저 막았다. 미국은 카나다와 멕시코 국경을 막았고, 유럽과 아시아에서 들어오는 항공편도 막았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자국내 인적 교류의 흐름을 막았지만, 더하여 국가간 인적 교류도 막았다. 2차 대전이후 수십년동안 도도하게 흐르던 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흐름이 갑자기 느려졌다. 많은 사람은 세계화의 흐름은 끊기도 지역주의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이른바 국가주의가 심화될 수 있다. 글로벌 경제가 과잉생산과 과잉 화폐정책으로 인한여 수축되어지던 지난 10여년간 포퓰리즘과 국가주의가 부상했고, 그 결과 각국 정부 지도자들은 국제적인 협력을 등한시하였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중국의 기술 도둑질을 비난하였고, 중국은 미국의 지나친 부채 의존적 경제시스템을 비난하였다. 영국은 유럽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로운 EU의 공존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감행하였고, 일본은 자국내의 불만을 감추기 위하여 한국에 대한 무역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그렇게 국가주의가 심화되던 차에 코로나19는 본의아니게 자국을 타국에 대하여 스스로 봉쇄해야 하는 조치를 취하게 했다. 졸지에 세상은 서로 봉쇄하고 봉쇄당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글로벌 환경의 변화는 세계화로 촘촘하게 엮여져 있는 상태에서 전환기적 방향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우선 한반도가 속해있는 동북아를 보더라도 러시아, 일본, 북한, 중국 그리고 미국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견제하고 있다. 이제 어느 한 나라도 온전히 자기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심지어는 최강대국인 미국마저도. 비록 한국이 경제규모로 세계 10대 강국에 속할 지라도 글로벌 환경 속에서 한국의 위치를 재확인해야할 필요가 있다.

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변수 : 국제무역

국제 무역은 내생변수이면서 외생 환경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는 무역으로 살아간다. 무역의존도가 100%를 넘는 보기 드문 나라이다. 그런데 그런 무역이 코로나19로 인하여 전환점을 쳐다보고 있다. 국제경제가 원활하면 한국경제도 원활하다. 국제 경제가 나쁠 때도 한국 경제는 성장했다. 현재의 국제 경제에서 글로벌 생산 시스템이 재편되는 시기에 코로나19가 방아쇠를 당겼다. 코로나이후 한국 무역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 중국 그리고 일본이다. 미국은 리쇼어링을 통해서 자국 기업의 귀환을 통해서 미국 제조업의 강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러벌 제조 공장으로서 위치를 위협받고 있다. 일본은 글로벌 기술센터, 품질좋은 제품의 생산 기지로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 세 글로벌 빅 3의 변화가 코로나19이후 한국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국 기업이 잘해야 하지만, 글로벌 무역환경이 호의적이어야 하는 게 한국 무역, 곧 한국경제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관광, 여행 등 사람이 직접 움직이는 산업은 급격하게 축소되었다. 이후에도 회복이 될지 의문이 간다. 그러나 사람대신 물건이 움직이는 무역에서는 감소되는 추세가 완만하게 나타난다. 국제 무역에서 글로벌 환경은 악화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런 방향과는 별도로 한국 무역은 오히려 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코로나19의 와중에 국제적으로 한국의 의료 산업에 대한 호평이 전 지구적으로 쏟아졌다. 또한 BTS, 봉준호의 ‘기생충’, 한류드라마, netflix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기 등을 감안하면 어느 때보다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높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코로나19가 오히려 한국에게는 중국과 일본은 뛰어넘는 기회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다만, 한국내에서 깊게 퍼져있는 ‘반 기업정서’가 문제이기는 하다.

라.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변수 : 북한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 UN의 제재로 힘겨운 경제를 이끌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위원장에게 코로나19는 직격탄이다. 북한관련 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의 국가들도 빈곤에서 벗어난다는 21세기에 아사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북한과 남한은 서로 무시하며 지낼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민족의 개념이 점차 엷어져 가는 국제 사회에서 남북관계는 늘 ‘한민족’이라는 한풀이적인 단어로 흔들리고 있다. 남한의 정치에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북한이다. 아마 세계에서 좌우의 이념싸움이 가장 치열한 지역일 것이다. 이미 북한은 경제를 포기하는 대신에 핵무기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남한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경제발전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남북한이 지금 당장 통일을 할 수있지는 않다. 남북한 간의 경제. 문화. 정치적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의 급작스런 변화를 남한이 감당할 수 있지는 않다. 게다가 코로나19는 그간 남북관계에서 밑바탕이 되었던 대북한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없앴다. 북한을 중심으로 한 남한내 이념갈등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북한 정권의 급작스런 불안정화도 남한을 불안스럽게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북한의 김정은정권이 안정적이면서 세계 무대에 평화스런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김위원장의 권력이 갑작스레 무너지면서 대량살상 무기가 제 3세계의 테러리스트에게 유출되는 것이다. 독일이 장벽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휴전선이 무너져 북한 주민들의 남한 탈출이 무작위로 시작될 수도 있다. 북한은 늘 우리 사회에 불안정을 주었다. 김위원장이 자기 정권의 안정도를 높이면서 남한의 발전하는 체제와 잘 협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할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하여는 김정은위원장에 대한 남한과 미국의 지원이 강력하게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2. 코로나가 가져올 과학의 변화

루퍼트 셀드레이크는 그의 저서 ‘과학의 망상’에서 과학이 사로잡힌 가장 큰 망상은 과학이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들은 이미 이론적으로 해결되어 있다고 여긴다. 현대 과학은 모든 현실이 물질적이거나 물리적이라는 주장에 근거한다. 물질적 현실을 제외한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식도 뇌의 물리적 활동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물질은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진화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신은 단지 사람들의 정신, 그러니까 머릿 속에 깃든 한낱 생각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런 믿음들이 강력한 힘을 가지는 것은 대부분의 과학자가 이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이 철학과 윤리마저 지배하려던 시점에 코로나19는 인간이 과학에 대하여 갖고 있던 근본적인 믿음에 대한 의문점을 던지는 큰 계기가 되었다.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변하기 시작한지 오래 되었지만,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여전히 과거 19세기 세상을 평가하던 잣대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과학에 대한 인간의 생각은 기하급수적으로 변하게 된다.

가. 정치에 의한 의학의 왜곡

과학의 발전은 속도를 높여서 특이점, 즉 기술의 항구한 가속적 발전으로 인해 인류 역사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변곡점에 대략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과학기술은 기하급수적 속도로 변하고 있다. 2000년에 사람의 몸을 전신스캔하려면 1만달러가 들었지만, 2020년에는 500달러 미만이면 충분하다. 생명공학에서 한 사람의 전체 DNA 염기서열 분석하는데 2007년에 1000만 달러가 들었다면, 지금은 1000달러도 들지 않는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전염병, 글로벌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지구인들이 보게된 의학이란 그저 허둥대면서 혼란스러운 모습 그 자체이다.

코로나19로부터 감염되지 않으려면 마스크를 써야할까, 안 써도 될까? 코로나19가 발생한 1월 이래로 마스크는 갑자기 글로벌 매체들의 관심사항이 되었다. 

“홍콩대 의과대학 이반 헝 감염학 교수는 ‘홍콩의 자료를 보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감염 관리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병률을 낮출 뿐 아니라 독감 발생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대신 보건 당국, 정치계 인사들은 마스크를 쓰는 대신 손을 씻고 사회적 거리를 두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미국의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지난 2월 말 트위터를 통해 ‘마스크를 그만 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증상이 없는 감염자들로 인한 우한 코로나 확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후 마스크 착용에 대한 권고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당초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답했지만, 3월 30일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일반적인 마스크 착용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단히 어려운 의학적 행위가 아니라 단지 마스크를 쓰느냐 마느냐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국제기구나 대규모 전문의료기관조차 상충된 의견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리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초기에 중국인들의 한국 입국을 막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의견도 다르다. 한국은 의료계의 지속된 권유에도 불구하고 중국인의 입국제한을 하지 않았지만, 일본, 미국. 영국 등 대다수의 국가들은 중국인의 입국제한을 실시하였다. 특히 마스크의 유용성에 대한 여러 가지 과학적 사실은 별개로 하더라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서 쓰지 말라는 나라도 있다. 가장 기초적인 부분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이러한 코로나의 대응 방법에 대한 의학적 지식의 깊이가 우리 인류가 생각했던 것보다 얇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기왕에 알던 지식마저 의학외적인 정치적 문제로 전염정도를 더 심각하게 만든 것은 더 큰 문제였다. 그 모든 문제의 근원은 중국이다.

2019년 12월 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최초로 공식 유증상자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코로나 발병을 발표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는 지난해 12월 말 우한의 병원에서 일하던 의사 리원량(李文亮·1986∼2020)이 그 존재를 처음 알리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했음을 대중에게 알리자 중국 정부는 그의 보고를 묵살했음은 물론 경찰 조사에서 '더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받았다. 그는 결국 코로나19에 걸려 숨졌다. 이후 코로나19가 발병한 우한시 정부는 안전불감증과 공산당의 정치적 신뢰에 대한 타격을 우려해 통계마저 조작하였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문제는 자국내 은폐를 넘어서 국제기구마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했다. 1월 31일 국제 청원 사이트 '체인지'(www.change.org)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Osuka Yip'이라는 아이디의 청원자는 국제보건기구(WHO)가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는 중국 정부가 왜곡하여 제공한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믿었다고 청원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한 중국 공산 정부의 중국내 감염 상황에 대하여 중국 일변도의 지지를 보이면서, 많은 나라들의 비난을 받았다. 이러한 중국정부와 WHO의 정치적 결탁은 세계가 바이러스에 대비할 수 있는 두달여의 시간을 놓치게 하여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는다.

나. 과학에 대한 맹신

2017년 2월18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뮌헨 안보 콘퍼런스'에서 빌 게이츠는 정보 당국은 핵무기가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다며 심각해 하지만 테러리스트가 바이러스를 활용한다면 수억 명도 죽일 수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바이러스가 자연적인 이유에서 발생한 전염병이든, 아니면 테러리스트가 조작한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든 (수백만 명이 아닌) 수억 명을 죽일 수 있다. 아마도 10억 명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과학을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도 현대 인류의 큰 골칫거리이다.

조선일보 (2012.5.4.)

과학자들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연구를 할 때 이를 막아야 할까, 말까?

때로는 정부에 의하여 그런 연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무기처럼. 하지만 이런 경우 적어도 정부는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 그 결과물의 적절한 사용을 강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연구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2011년 8월 미국 위스컨신 대학의 과학자들은 미국의 권위있는 과학 연구잡지인 ‘네이처’지에 조류인플루엔자의 간단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사람사이에서도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 논문을 제출하였다. 위의 그림과 같이 매우 단순한 방법만으로 공기 중으로 감염되는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과학계와 각국 보건 당국은 충격을 받았다. 이런 기술을 (테러리스트와 나쁜 조직에서) 악용한다면 '바이오 핵폭탄'급의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1918~1920년 유럽을 휩쓴 스페인 독감의 치사율은 최고 25%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엄청난 전염성 탓에 최소 4000만~5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사율이 이보다 2배가 넘는 AI바이러스(H5N1)가 전염성까지 강해진다면 인류는 대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한 미국 정부 산하 '생물안보 국가자문위원회(NSABB)'는 작년 11월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두 논문에서 핵심적인 실험방법과 데이터를 삭제한 뒤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제성 없는 권고지만, 과학논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전례 없이 강한 개입이었다. 그러자 과학계는 ‘논문을 공개하자’는 측과 ‘공개를 해서는 안된다’ 는 측으로 둘로 나뉘었다. 

{공개측의 주장}

사람간 전염되는 AI변종, 감기처럼 옮게 유전자 조작… 주사기로도 간단히 주입 가능

논문공개 찬성 과학자들 돌연변이 과정 역이용하면 무적의 치료제 만들수 있어“

{반대측의 주장}

반대측 (악의적) 유출땐 수습 힘들어

과학계에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판도라의 상자'가 마침내 열렸다. 희망과 불안이 함께 담긴 판도라의 상자처럼, 2일(현지 시각) 과학저널 네이처에 공개된 조류인플루엔자(AI) 관련 논문은 인류에 이익이 될 수도 있고, 치명적 위협으로 작용할지도 모르는 정보가 동시에 담겨 있다. 과학계는 결국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쪽을 택했다. (조선일보, 2012.5.4.)

결국 미국 생물안보 국가자문위원회와 과학자 양 측은 한발 물러서, 두 논문을 적절하게 편집하는 선에서 공개하는 데 동의하였다.  과학의 사회적 책임과 연구의 자유라는 두 가치의 중간선에 적당히 타협을 본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과학계는 이제 두 논문의 악용 사례가 출현하기 전에 이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을 안게 됐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논문이 과학계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도 공개될 수 있었던 것은 ‘과학의 가치 중립성’을 말하기 때문이다. 과학의 가치중립성이란 ‘과학의 이론이나 법칙은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의 주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한 것이며, 과학적 지식이나 결과물 그 자체는 아무런 가치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그 결과물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사용하는 개인 또는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지, ‘과학은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과학이 플라스틱을 만들어 냈지만, 인간이 점차 발전하는 인공지능으로 인하여 기계의 부속품화 되고 있지만, 쉽고 싸게 만들어내는 무기를 사용한 전쟁으로 사람이 죽어가고 있지만, 그건 인간의 문제이지, 과학의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과학은 자기가 만들어낸 결과물로부터 책임이 없는 것일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1961년 대통령에서 물러나면서 군산복합체의 권력이 커지는 것을 경고했지만, 방정식의 한 부분을 빼먹었다. 그는 군사-산업-과학 복합체에 대해 경고했어야 했다. 오늘 날의 전쟁은 과학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군대는 인류의 과학 연구와 기술 개발의 대부분을 선도하고, 자금을 대고, 방향을 조종한다. ....... 오늘 날 많은 미국인은 테러리즘의 해결책이 정치가 아니라 기술에 있다고 믿는다.” 사피엔스

 정말 그렇다. 과학이 순수하게 인간의 영향력으로부터 떨어져서 독자적인 발전을 한다는 것은 과학을 발전시키는 과학자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아니라는 것과 같다. 더구나 현대는 과학에 바탕을 둔 기술이 이끌어가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과학의 영향을 받지 않고 만들어지는 물건이 없을 것이고, 과학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이루어지는 일상은 없다. 그리고 현존하는 인류 존망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문제들은 모두 다 과학의 결과물이다. 사회가 무시무시한 악영향을 우리에게 미칠지 모르는 과학을 그대로 쳐다만 보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위험을 수수방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록 과학자들이 현실적 이익을 떠나 순수한 목적으로 연구를 하였고, 그로 인하여 인류가 고통을 받거나 멸망할 위험에 처하게 될 때도 그의 연구를 그저 쳐다봐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비록 그들의 의도가 순수하였다 하더라도 인류가, 국가가 그로 인하여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인류는, 국가는 당연히 그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첫 째 가장 분명한 것은 위험은 가치의 문제라는 것이다. 위험한 결정을 할 때 잠재적인 이익 혹은 손실을 감수하는 이유는 그 결정이 결정자에게 중요한 가치를 갖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둘째, 결정자가 아닌 제3자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사실 기만이다. 사람이든 박테리아든 결정자의 시각에서 그리고 결정자의 위험 평가능력의 견지에서 문제를 봐야한다. 셋째, 완전한 정보를 갖는 것은 사람이든 박테리아든 원칙적으로도 불가능하다. ...... 위험은 확률을 알고 있는 경우에만 계산할 수 있다. ....... 위험과 불확실성을 구분해 말하자면, 모든 실제 삶의 결정에는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생명을 읽는 패러독스

 우리에게 미칠 위험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는 우리의 미래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 판단을 보류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중요한 것을 역사의 결정에 맡겨 놓고 현 세대는 연구의 즐거움을 즐긴다면, 차세대는 둘 째 치고 멀지 않아 현 세대마저 시급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를 보면 이미 그 시급한 위험은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동아사이언스 2020년 3월 인터넷판의 보도에 의하면 랄프 바릭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역학과 교수와 시젱리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 특수병원균 및 생물안전연구실 연구원 연구팀은 중국 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바이러스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입할 때 필요한 스파이크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해 쥐를 감염시킬 수 있는 새로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개발했다. 이 바이러스는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단백질을 숙주 세포의 수용체(ACE2)에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세포 안으로 침입한다. 사람의 호흡기 세포에도 이 ACE2 수용체가 있다. 연구팀이 이렇게 개발한 바이러스는 인간의 호흡기 세포 역시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한 연구 논문은 지난 2015년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하였다.

다. 카오스적 환경에 대한 불안감 확산

최강석의 바이러스 쇼크에 의하면 바이러스는 자기의 숙주종 동물에서 다른 동물로 넘어가기가 굉장이 어렵다고 한다. ‘종간장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돌연변이나 바이러스 간 재조합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바로 인간과 바이러스를 보유한 숙주 동물간의 상당규모로 상당 기간 지속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로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의 우한시장이 요시찰 대상으로 지목되어 있다고 한다. 바로 그 곳에서 파는 야생동물, 특히 박쥐 때문에. 그런데 바이러스 전염병이 퍼지면서 박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이유는 바로 박쥐가 대규모로 군집생활을 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굴에서 수백만 마리의 박쥐 집단에서 유지되는 광견병 바이러스와, 수십만에서 수백만 마리가 떼지어다니는 야생 오리류 사이에서 유지되는 각종 가축 바이러스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바이러스가 유지되는 집단성이 작용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규모의 박쥐 서식지가 없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인간이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괴하는 동안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가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기후변화와 인간의 자연환경 파괴활동은 야생 동물이 서식하는 지역을 파괴하게 되고, 서식지를 잃어버린 야생동물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목축지로 이동하게 되어 감염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뇌염의 신종 바이러스 니파(Nipah virus)는 1998~1999년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하여 10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니파 바이러스의 숙주로 알려진 과일박쥐가 산불과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서식지에서 쫓겨났다. 그러자 니파박쥐들은 먹이를 찾으러 양돈 농장에 드나들면서 돼지가 박쥐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이후 사람들에게까지 전파되었다. 과거에는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하면 단순 일회성 사건으로 여겼었다. 그러나 인간의 자연파괴가 빈번한 지금은 자연 생태계가 무너져서 사람과 동물의 생활 환경 구분이 모호해졌다. 야생동물들이 인간 생활구역으로 들어오거나, 인간이 기르는 가축과의 접촉으로 인해 사람들이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고 무작정 걱정만 할 필요는 없다. 생명공학의 발전은 바이러스 유전자 검출을 하루만에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였다. 그래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며칠 이내에 바로 방역이나 검역조치가 가능하여 전염병 확산을 조기에 저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의학의 발전은 언젠가 어떤 타입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도 막을 수 있는 광범위한 효능을 가진 획기적인 유니버셜 독감 백신이 개발될 수 있다고 했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통일이론’을 기대하는 것 같다. 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결국 보면 이러한 바이러스사태도 인간이 바이러스가 머물러있는 환경을 파괴하여 인간에게 다가오게 했다고 한다.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방향을 아직 예측하기는 어렵다. 너무 많은 변수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초기에 아주 미세하게 미친 영향이 기하급수적 증폭을 통하여 전 지구적으로 퍼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3. 코로나로 인하여 변한 사람들

1월 22일에 전 세계 확진자 수는 580명, 사망자 수는 17명에 불과했다. 그 수자는 4월 5일에 이르면 확진자 수가 120만명, 사망자 수는 6만 4천명에 이른다. 월드오미터(worldodometers.info/coronavirus)에서 보여주는 그래프는 우상향방향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서문에서 보여주었던 구글의 corona virus 검색 건수 증가 그래프와 같은 양상이다. 기하급수적인 모습을 보인다. 중국 우한에서 12월 처음 신고된 이후로 5개월만에 벌어진 인적 손실이다. 2차 세계대전이후 단일 사건으로 최대이다. 전쟁보다 큰 사건이고, 현재로 보아서 언제 끝날지 모르고, 다시 재발할 수도 있다는 전망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언론에서는 매시간 어느 나라에서 추가된 확진자가 몇 명인지, 사망자가 왜 그렇게 늘었는지를 끊임없이 보도한다. 아마도 뉴스 시간의 절반이상을 코로나19와 연관된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집에만 있으면 좋을 줄 알았는데, 너무 우울하기만 해요.” 대학원에 재학 중인 A(27)씨는 답답함에 전화기를 들어 심리상담을 요청했다. “일상이 다 멈춰버려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가격리자 수가 3만명을 넘어가며 온 국민이 이른바 ‘코로나 블루(blue)’를 겪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와 영어 단어 '우울감(blue)'을 합성한 신조어다.“ [출처: 중앙일보 2020.3.11.] 

심리적 불안은 또한 경제적 불안과도 연결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조사 결과, 4월 전망치는 59.3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9년 1월 52.0 기록 이후 135개월 만에 최저치로, 지난달(84.4) 보다 25.1p 하락하며 IMF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3월 실적치 역시 65.5를 기록하며 2009년 2월(62.4) 이후 13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BIS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들의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지표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곳이 긍정적이라고 본 업체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진다. 즉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의미다. 현재 실적도 반영하지만 미래에 대한 심정적 전망을 많이 포함하는 지수이다. 경제하락도 기하급수적으로 추락하고 있는 게 보인다.

코로나19가 언젠가 잠잠해질 것이라는 확실한 전망은 있지만, 막상 먹고 사는 문제가 다시 원상회복된다는 전망은 없다. 오히려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만 난무할 뿐이다. 4차산업 혁명처럼 인간의 발전을 찬양하던 온갖 장밋빛 유토피아는 어느 새 자취를 감추고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인간을 불행하게 할 것이라 핏 빛 미래만 짖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변한다. 이제까지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이래 인간은 늘 과거보다 나았었다. 그런데 그런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인생을 즐기는 여행도 감소하여 항공사들이 파산지경에 이르고 있고, 관광업계는 몰락했다. 그렇다고 정치가 우리를 안심시키지도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발생지인 중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 지에 대한 통계조차 불확실하고, 공산권력의 유지를 위하여 질병이 아닌 권력에 의하여 희생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알려고 하는 사람조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아예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하여 눈을 감고 있다. 마치 땅에 머리를 쳐박고 아무 것도 안보는 타조같은 형상이다. 미래 비전제시는커녕 현상유지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현존하는 최고의 나라라는 미국도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질주를 무시하고 있다가 막상 자기네가 당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허둥지둥하고 있다. 너무나 비싼 의료비에 웬만큼 부자아닌 사람은 자기 때문에 파산하느니, 차라리 남은 가족을 위하여 죽음을 택하는 지경이다. 한국도 이제 막 시작인데 대통령은 코로나의 종말을 선언했다 다시 비상상황을 선언하는 혼란을 겪었다. 그나마 다른 나라보다 낫다고 하기도 하고, 더 잘한 나라보다 못하다고 내부적 갈등이 깊어간다. 사람들이 변해간다. 사람이 세상을 보는 눈도 기하급수적으로 급격히 변해가고 있다.

4. 코로나로 인하여 변할 사회

사회 제도가 변하고 있다. 갑작스런 글로벌 전염병의 발발은 20세기 초에 발발한 스페인독감과는 다른 속도로 인류를 덮쳤다. 무언가 파악하기도 전에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희생자가 나타났다. 변이의 속도도 전에 빨라 현대 과학이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결국 할 수 있는 걸라고는 ‘피하자!’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처하였고, 그 와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생명이 사라졌는지를 짐작하며 몸서리를 치고 있다. 결국 모든 나라들이 꺼내든 것은 전면적이 대항이다. 모자란 것보다는 과도한 것이 낫다는 구호아래 코로나19이후를 잊고 당면한 문제에 총력전으로 나섰다. 정부는 재정정책을 포기하고 모든 가구에 그 나라가 뿌릴 수 있는 돈을 최대한 현금으로 뿌리고 나섰다. 그 와중에 도덕적 해이는 부차적 사항이다. 상대가 도덕과는 관계없는 바이러스니까. 그렇게 수 천년동안 쌓아왔던 사회제도는 하루 아침에 변하고 있다. 세월호가 우리 사회를 안전우선으로 바꾸어 놓았듯이,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보건위주로 바꿀 것이다.

가. 변하는 사회적 제도들

정치가 변했다. 코로나19를 가장 두려워하는 계층은 우리 사회의 최상층에 있는 권력자이다. 중국 공산당의 시진핑 주석은 수자를 알 수 없는 희생자를 내고, 초기 대응에 실패함으로써 가장 위태로운 지도자가 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 공산당의 위기를 예견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총리는 코로나에 대한 무대책으로 일관하다 도쿄올림픽의 연기이후 급증하는 환자로 비난을 받고 있다. 2012년 2차 집권이후 아베노믹스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다 코로나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마 이 책이 나올 때쯤이면 이미 자라에서 물러나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도자이다. 미국이 트럼프대통령도 어려워지기는 마찬가지이다. 1월 31일 중국인을 포함해 2주 이내에 중국에 체류했던 모든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막는 빠른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그 이후 그는 자신의 권위를 높이는 대신 방역 전문가들의 경고와 손발을 묶어둠으로서 대책 마련에 실패했다. 그의 재선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한국의 문재인대통령은 다른 모든 나라에서 실행한 중국으로부터 입국자를 막지 않았고, 2월 중순경 코로나19의 종식선언을 함으로써 추가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서 100만명이 넘는 이들이 온라인 탄핵 청원을 당했다. 그로서는 다행히도 잘 정비된 의료보험과 질병관리 체계 덕분에 위기를 만회하였다. 정치가 사회가 보유한 한정된 권력과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라면, 현재 거의 모든 나라는 실패하고 있다. 우선 가지고 있는 자원의 배분할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적절한 분배를 놓쳤다. 그나마 적절하게 대처한 지도자로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 싱가포르 리센룽(李顯龍) 총리, 그리고 홍콩이다. 홍콩은 특이하게 ‘마스크를 벗어라’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지도를 따르지 않고, 중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방역에 성공한 요소로 꼽고 있다. 권력자들의 권력이 코로나19로 흔들리고 있다. 

경제도 변하고 있다. 

역병은 인류사에 늘 있어왔다. 그때마다 인간은 전염병을 피하기 위하여 필사적인 노력을 하였다. 이번에도 그렇다. 그런데 이번이 이전과 다른 점은 각국의 정부가 전염병을 통제하기 위하여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학자들의 예상에 따르면, 이런 억제정책을 취해도 병원은 여전히 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째서 억제 정책을 취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전염병 발병환자를 늦추면 사람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리처드 볼드윈은 그의 공저 책인 ‘코로나 경제전쟁’에서 현재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는 최신 치료제가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공공 의료 시스템의 병목현상으로 환자들이 최적화된 치료를 못받아 사망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것이 억제정책의 핵심이라고 한다. 문제는 전염병 억제정책은 불가피하게 경제 둔화를 발생시킨다. 코로나19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은 경제 생산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기 마련이다.여기에 억제 정책을 취하면 경제는 타격 이상의 훨씬 심각한 불황에 빠진다. 코로나경제전쟁, 폴 크루그만 외 공저, 매일경제신문사, 2020년, 26페이지

 꼭 필요한 공공 보건정책이 경제 침첼ㄹ 가져온다. 그래프의 윗부분의 파란선은 아무런 억제정책을 취하지 않았을 때의 유행곡선이다. 억제정책 덕분에 검은선이 주황선보다 더 평탄한 모습이다. 억제정책이 유행곡선의 평탄화를 가져온 것이다. 반면에 아래쪽은 경기 침체 곡선이다. 억제정책을 실시하지 않은 경우가 억제정책을 실시한 경우보다 덜 경기침체를 겪게 된다. 이처럼 경기와 억제정책은 반비례이지만 다수의 국가들은 국민이 죽게 내버려두기 보다는 나중은 나중이고 지금은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는 전염병억제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예언한다. 코로나19이후의 경제는 지금과는 다를 것이라고.

나. 감시기술의 유용성에 대한 의구심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한국의 스마트폰을 이용한 자가격리자 감시앱이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앱은 감시대상자 개인별 동선정보를 정부가 확보해 활용하고 있다. 이 앱의 이름은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이다. 경찰청, 여신금융협회, KT등 3개 통신사, 22개 신용카드사가 협력하여,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한다. 또한 행정안전부는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한 별도의 자가격리자 앱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지정위치를 벗어나면 담당 공무원에게 통보가 가도록 하였다. IT감시 기술이 가장 앞서있다는 중국 역시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하여 갖은 방법을 개발하였다. 세계 최고의 안면인식 기술 또한 활용되고 있다. 싱가포르정부는 블루투스로 반경 2m내 확진가 접근시 경고하는 앱을, 홍콩은 해외 입국자 전원에게 전자 손목밴드와 스마트폰 위치추적 앱 설치를 강제하였고, 대만은 전자울타리제도로 격리자 위치를 제한하였다.

이러한 밀착감시에 대하여 유발 하라리는 염려하는 글을 파이낸셜타임즈에 썼다. 인류 사상 최초로, 기술을 통해 모든 사람들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중국 정부의 사례를 들었다.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감시하고, 얼굴을 식별하는 수백만대의 CCTV를 동원하고, 또 사람들에게 체온을 제고 건강상태를 보고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중국은 신속하게 보균자를 식별해낼 수 있었고, 이들이 접촉한 다른 사람들을 신속히 찾아낼 수 있었다. 게다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이 감염자 근처에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활용되는 스마트폰 감시시스템에 묶여 있는 어느 자가격리자가 스마트폰을 끄고 외출하였다 하여 언론의 비난을 사기도 하였다. 이제 국민의 보건과 안전이라는 명목하에 개인에 대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에 대한 관대한 용인이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이전에는 국민에 대한 감시를 드러내놓고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정부의 감시능력이 부족함을 온 국민이 성토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렇게 빅브라더를 급하게 사회체제 안으로 불러들였다.

5. 코로나로 인하여 증폭된 불확실성

북경에서 나비가 날개짓하면 뉴욕에서는 태풍이 몰아친다. 초기의 아주 미세한 변화도 수십억번 반복되다 보면 결과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 카오스적 변화이다. 나비의 날개짓의 크기가 0.000000001에 불과하더라도 수십억번 반복되면, 결과 값은 10억이 될 수있다. 이처럼 작은 사건이 다른 생태적, 환경적 요소와 겹치다 보면 뉴욕에서는 큰 변화를 부른다.  왜 그런가 하면서 나오는 설명이 ‘초기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이다. 아주 미세한 차이이지만 그 과정이 엄청나게 많이 반복되면 결과적으로는 매우 큰 차이를 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0.000 000 000 01과 0.000 000 000 011은 소수점 11번째 자리까지만 본다면 같은 수이다. 하지만 두 숫자를 거듭해서 제곱을 한다면 매우 큰 차이를 낸다. 인생도 그렇다. 지구라는 한정된 환경 하에서 70억이라는 인구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기후나 지진같은 외부적 요소까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내가 어떤 일을 하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의 코로나19도 그렇게 유추해볼 수 있다. 박쥐등 야생동물을 즐겨먹는 중국인이 있었다. 그런데 그 중국인은 미국인 비즈니스 파트너와 식사를 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박쥐요리를 먹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 박쥐요리를 한 요리사와 미국 파트너가 아주 순간적으로 만나 가볍게 스치듯 악수를 하였다. 그리고부터 뉴욕에서는 공포의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다. 영화 ‘컨테이전’의 줄거리이다. 할리우드 영화사 워너브러더스가 직배한 이 영화는 맷 데이먼, 마리옹 코티야르 등 스타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2011년 개봉 당시 22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실패했지만 최근 코로나 19와 함께 안방극장에서 재조명되며 5주간(1월 27일~3월 1일) 19만3658건이나 상영됐다. 중앙일보, 2020년 3월 12일

그렇다면 다음의 질병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세상의 예측 불가능성을 찾아냈지만, 패턴도 찾아냈다. 즉 불규칙하게 변하면서도 그 안에서 일정하게 변하는 형태를 찾아낸 것이다. 그 패턴의 형태중 하나가 주기이다. 과학자들은 불규칙한 변화에서도 거친 무질서를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무질서 가운데서 구조의 섬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혼돈과 질서는 함께 생겨나는 것이다. 혼돈 속의 무질서는 잘게 부셔졌지만, 규칙적인 모양을 가진다는 의미의 프랙탈(fractal)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하루하루가 모여서 인생이 된다. 세상은 불규칙하게 마구 변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규범, 법, 도덕이라는 규칙이 있다. 코로나19의 규칙성은 인간의 자연파괴이다. 인간이 박쥐가 사는 곳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으면 우리는 코로나19걱정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더 이상 자연은 자연이 아니라, 어떻게든 인간의 손이 가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구의 어느 곳에서는 온전히 제자리에 있는 바이러스가 드물어 졌다는 점이다. 

그 바이러스들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아주 훌륭한 교통수단인 자전거, 자동차, 비행기 그리고 배를 타고 하루에 브라질 아마존 강에서 뉴욕을 거쳐 서울로 올 수 있다. 바이러스의 영향력은 예전의 바이러스가 아니다. 바이러스가 테헤란에서 두세명만 감염시켜도 인터넷과 정보 통신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서울에 있는 사람도 전염의 공포를 떨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인간은 이제 실시간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 되었다. 오,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라. 사람들이 움츠러든다. 서로 누가 바이러스 감염자인지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했다. 날라에서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부정하고, 호모-바이러스-포비아(바이러스를 무서워하는 자)로 규정한다. 인간의 일상적이었던 패턴들은 부정되고 새로운 패턴이 나타난다. 알지 못했던 뉴 패러다임이 온 세계를 지배하지만, 아직 그 패러다임이 어떤 형태를 띠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세상은 갑자기 커진 불확실성에 휩싸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