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디자인이 아름답고 기능이 뛰어난 가구와 집기를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 오늘날 진정한 이케아 정신을 이루는 것은 우리의 행동 욕구, 노동의 기쁨, (...) 도전의 자세, 비용 절감 의식, 책임 의식,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한 집중력, 함께 뭉쳐 나아가는 똑바른 길이다. (...) 노동의 기쁨이 없다면 인생의 3분의 1이 사라지고 만다. 일할 시간에 책상 서랍 속에 넣어놓고 들여다보는 연예 잡지가 이런 손실을 보충해줄 수는 없다. 사람의 행복은 목표에 이르는 것에 있지 않다. 행복은 과정에 있다. (...) 목표에 도달했다고 믿는 기업은 순식간에 정체에 빠지고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마련이다. 다행히도 이케아는 그럴 일이 없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놓인 놀라운 미래를 위해!”

‹이케아, 불편을 팔다› 뤼디거 융블루트(미래의창, 2013)

사장님 훈화와 ‹시크릿 The Secret› 같은 자기 계발서가 섞인 듯한 이 글의 제목은 ‹어느 가구상의 증언(The Testament of a Furniture Dealer, 1979년›이다. 약 
40년 전에 쓴 글로, 재미나 통찰보다는 검약과 성실을 강조하는 지침서에 가깝다. 하지만 이 글에 오늘날의 이케아를 이루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이케아판 ‘십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이케아가 종교에 비교될 때도 있다. 이케아 카탈로그는 1년에 2억 부 정도 발행된다. ‹성경›보다 발행 부수가 많다.

매니지먼트의 힘으로 이뤄낸 브랜드 가치

이케아는 프리미엄 니치 브랜드가 아니라 울트라 매스 브랜드다. 그러나 낮은 가격대와 대중적인 접근성에 비해 브랜드의 네임 밸류는 여느 프리미엄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위상을 갖추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좋은 생활환경을 누려야 한다’는 어느 가구상의 메시지가 실현된 덕분이다.

이케아는 관념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그 두 가지를 독창적 방식으로 동시에 획득했다. 먼저 가격 매니지먼트를 위해 필요한 건 극한의 효율과 아웃소싱이다. 그 다음 이미지 매니지먼트를 위해서는 이케아가 주창하는 민주성, 그리고 스웨덴이라는 국가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고가 브랜드만이 획득하는 네임 밸류를 동시에 달성하게 하는 치밀하고 복잡한 매니지먼트야말로 이케아의 진짜 능력이다. 하지만 가톨릭이 전 세계적으로 퍼졌지만 십계는 하나뿐이듯, 이케아의 복잡한 매니지먼트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해도 이케아의 십계는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어느 가구상의 증언’이다.

훌륭한 브랜드는 일견 모순된 듯 보이는 복수 요소를 하나로 통합하며 경쟁자가 따라갈 수 없이 높은 자리에 올랐다. 이케아도 마찬가지다. ‘낮은 가격대의 프리미엄 밸류 브랜드’라는 형용모순을 극복해낸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고가의 브랜드만이 획득하는 네임 밸류를 동시에 획득하게 하는 치밀하고 복잡한 매니지먼트야말로 이케아의 진짜 능력이다.

이케아의 창립자이자 예언자, 잉바르 캄프라드


‹어느 가구상의 증언›을 쓴 사람은 말 그대로 한 가구상이다. 그의 이름은 잉바르 캄프라드, 이케아의 창립자다. 그는 1973년부터 1974년까지 2년에 걸쳐 이 메시지를 직접 썼다. 우편 주문 판매 회사로서 이케아를 창립한 것이 1943년이고 엘름훌트에 첫 매장을 연 것이 1958년이니, 창립자이자 리더로서 30여 년의 세월을 보낸 뒤 회사 머리말을 직접 정리한 셈이다. 여러모로 이케아라는 종교의 교주라고 볼 수 있다.

이케아가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스웨덴은 폐허에서 국가를 재건하는 단계였다. 국가의 변혁은 사람과 가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저변에 있었다. 현재 글로벌 이케아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마르쿠스 엥만은 “시대가 필요로 한 것과 이케아가 공급할 수 있는 것이 맞아떨어졌기에 집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케아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아주 초기부터 해외 생산을 도입했다. 덴마크를 시작으로 1961년에는 폴란드 공급 업체와 처음 손을 잡았고, 1970년대에는 폴란드에 생산 공장을 세웠다. 위협적인 단가로 시장을 점유해가는 이케아에 대한 다른 스웨덴 기업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지만, 캄프라드에게 위기는 늘 기회였으므로 그참에 생산 기지를 더 저렴한 곳으로 옮겨버린 것이다.

어떤 선택과 그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는 곧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된다. 이케아를 비롯해 기존 시장을 제압하고 1위가 된 브랜드는 모두 존재 의미를 강화하는 신화를 지니고 있다. 이케아는 그 가운데서도 이야기의 힘을 활용하는 데 독보적 브랜드다.

경쟁 불가의 가격을 구현하는 천재적 접근 방식

이케아가 만드는 진짜 혁신은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품질을 유지하는 다양한 창의적 방법이다. 설계, 생산, 물류, 포장, 운송, 조립까지 제품과 연관된 모든 과정에 가격 절감을 위한 이케아의 노력이 들어가 있다. 이케아가 판매한 것은 가구가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가구가 될 재료다.

이케아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인 데모크래틱 디자인 또한 이와 직결되어 있다. 생산하기 쉬우면서도 좋은 재료를 쓰고, 조립하기 쉬우면서도 부피가 크지 않고, 게다가 조립법을 어린아이도 이해할 만큼 쉬운 그림으로 설명해내는 건 보통 능력이 아니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스웨덴’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국가 정체성은 이케아의 정교한 브랜드 이미지를 완성하는 마법의 주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1983년 스웨덴 국기 색에 맞춰 바꾼 로고 색이다. 이케아의 철학에는 스웨덴이 역사를 통해 얻은 교훈이 스며 있다. 그렇게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가 로고와 국기 색까지 맞추고 스웨덴식 민주주의의 화신을 표방한다면 국가 이미지에도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시대의 요구를 읽는 기민한 균형 감각

이케아는 홈 퍼니싱 계열의 난공불락 브랜드가 되고 있다. 축구 팀으로 치면 약점이 없다. 그러나 약점이 없는 팀이라 해도 끊임없는 변화가 필요하다. 지구온난화부터 노령화와 출산율 감소, 1인 가구 등 전 지구에 걸친 이슈는 글로벌 기업 이케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요즘 가장 눈에 띄는 주거의 변수는 난민, 그리고 저성장에 따른 토지 시세 증가로 발생한 도시 유목민이다. 이런저런 세계정세 때문에 젊은 소비자가 집을 사지 못하고 있다. 집을 잃었거나 집을 가질 수 없어도 세간은 필요하다. 그런 이들에게도 이케아는 독보적 선택지다.

앞으로 이케아는 어떻게 될까? 그건 이미 1974년에 예언되어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말 자체가 2000년 수명의 가톨릭교의 원형이 되었듯, 잉바르 캄프라드의 ‘어느 가구상의 증언’이 이케아 정신의 변치 않는 원형이다. 그러니 이 말로 마무리해도 되지 않을까.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그 말씀에 대한 믿음이 이끄는 대로 이케아가 나아갈 것이라고.